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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가 살아난 가리왕산 투어 -구미바이크-

바이크리2003.01.04 09:47조회 수 5562추천 수 1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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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다가 살아난 가리왕산 투어
작성자: 구미바이크
작성일자: 2001년 10월 24일
게시번호: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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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선선하니 라이딩 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군요.

그저께 (10월 22일, 월요일) 저는 가는 계절이 아쉬워  단풍이 절정일 것 같은 가리왕산에 갔다 왔습니다.

까미노님의 가리왕산 투어기를 읽고 이때가 아니면 올가을에는 갈 수가 없겠구나 생각을 하고 저와 동생은
하안미리---장전리 3거리---마항치---가리왕산 자연휴양림---벽파령을 넘어---다시 하안미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월요일 하루 휴가 내서 일산에 사는 동생과 밤 10시쯤 평창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 1시쯤 평창읍내의 한 여관에서 숙박을 하고 까미노님이 처음 출발을 했던 하안미리의  가산 초등학교 근방의 노인회관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까미노님의 가리왕산 투어기가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0시쯤 잔차세팅을 끝내고 아스팔트 포장길의 약한 업힐을 약 1Km 정도 하니 가리왕산 초입으로 가는 바리게이트가 쳐진 임도가 나왔습니다.

거기서부터 장전리 삼거리까지 약 10Km정도의 빡센 업힐이 없는 그렇지만 은근하고 고요한 숲속길이 마치 꿈의 세계로 빠져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우측으로는 저 멀리 청옥산이 보이고 8-9부 능선에는 끝없이 이어진 임도 길이 나있었고 군데군데 산림청에서 조림한 아름다운 나무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길에는 낙엽이 우수수 깔려있어 마치 양탄자위로 라이딩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가끔은 낙엽이 브레이크 패드에 들어 붙어 여치가 우는소리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올라가는 도중에 산림감시원들의 간이 숙소인 산막과 그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나중에 이 시냇물이 저희들을 구원하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편안히 사진도 찍고 쉬어가면서 12시쯤 장전리 삼거리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280랠리 전사(저는 이분들을 전사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번에 이분들의 고생이 어떠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들이 진부를 목표로 막동리로 가는 방향이고 저희들은 우측으로 가리왕산 6Km라고 표시된 쪽으로 달렸습니다.

약 40분 후 마항치에 도착하니 바리게이트가 쳐져있고 산림감시원 초소 창문 귀퉁이 옆에는  아직도 선명하게 쓰여진 280Km 랠리가 표시된 이정표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 이 이정표가 280랠리 전사들이 어렵게 동강을 건너고 지친 마당에 마항치를 넘어 이 표시를 봤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저도 280랠리를 해보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워낙 실력과 체력이 허접이다 보니 님들께서 다녀오신 투어스토리만 읽고 대리 만족이나 하였습니다.

이 마항치 에서는 길이 네갈레로 갈라지는데 우리는 세곡방향으로 가서 대성탄광쪽으로 난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대성탄광까지는 얼핏 약 23Km이상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길은 대개가 내리막이었고 노면은 부드러운 흙길이었으며 가끔은 풀길도 나타나는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저 멀리 우측으로 나있는 벽파령 내려가는 임도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산밑에는 붉고 아름다운 단풍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약 16Km정도 내려가자 하봉으로 감싸서 내려오던 가리왕산 순환임도와 만나게 되고 거기서부터 대성탄광까지의 길은 이전의 길과 비교도 안 되는 거칠고 노면이 푹푹 패여있는 아주 가파른 급경사의 길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이어진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서 우측으로 계곡이 나있는 시멘트 포장길과 잘 닦여진 비포장도로로 계속해서 업힐을 하였습니다.

약 5Km정도 약한 업힐을 하자 또다시 세갈래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상수원 보호지구라고 표시되어있고(아마도 여기가 마항 이라고 생각됨) 거기에도 철조망에 매어있는 280랠리 이정표가 우측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혼돈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가 3시 30분 아직은 햇볕이 아주 따뜻하게 내려 쬐이고 있고 지도상에도 마항에서 벽파령이 그렇게 멀리 표시되어 있지 않고 벽파령만 지나면 하안미리로 가는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을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이랑 나는 좌측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택했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마항치로 올라가는 길도 실은 벽파령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약간 경사가 있는 업힐을 약 3-4Km정도 오르니 또다시 3거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표시된 지표석에는 계속해서 내려가면 정선 용탄리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벽파령 앞으로 10Km, 나와 동생은 눈알이 뾰용,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니 앞으로 10Km 업힐을 또 하라니 아! 이것은 틀림없이 가리왕산 산신령님이 우리를 시험하고 계시는구나 생각을 하고 우리는 할 수 없이 또다시 업!업!업힐을 계속 하였습니다.

점점 시간은 가고 날은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 먹을 행동식은 바닥이 나고 남아 있는 거라곤 사탕 4개, 육포 먹다 남은 것 조금 그리고 물 반병...

그래 벽파령만 지나면 하안미리로 넘어 가는길이 나올거야 하는 생각에 열심히 페달질을 하였습니다.

약 4Km정도 달렸을까? 아니! 이럴 수가 또다시 앞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진 임도고 우측으로는 타이어바퀴가 선명하게 나있는 3거리가 나오지 않는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다 말인가?

나와 동생은 심사숙고하여 바리게이트가 쳐진 길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부터 약 1Km쯤 갔을까? 나는 동생에게 우측으로 난 길이 타이어 자국이 나있는 것 보니 벽파령가는 길 같은데 너 생각은 어떠니? 하고 묻자 순순히 그래 그럼 그 길로 가지 뭐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다시 왔던길로 신나는 다운힐... 그리고 우측으로 난 길로 신나게 약 1Km 정도 더 다운힐 하니 정말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그 길은 바로 송전탑으로 난 급경사 길이 었던 것입니다.

정말 눈앞이 까마득한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습니다. 다리는 후들 후들... 다만 나는 내동생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걍 걸어서 다시 바리게이트가 쳐진 길로와서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이제 날씨는 점점 어두워지고 해는 서산 넘어 가기 직전이었습니다.
아 저해가 넘어가면 산은 빨리 어두워지는데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착착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가고 있는 동생이 갑자기 멧돼지다 하고 고함을 치는게 아닌가? 정말 중간쯤되는 크기의 멧돼지 한 마리가 우리가 가는 임도길을 따라 유유하게 걸어가지 않는가?

나는 저놈을 잡아 구워 먹을까? 하는 생각에 뒤를 쫒았지만 이내 저놈이 자기들 패거리를 끌고 와서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지... 멧돼지는 어금니도 날카로운데 우리는 쪽수로 2명이고 저놈들이 때거리로 공격하면 이 첩첩산중에 우리가 어떻게 당할수 있지 아 드디어 멧돼지 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는 36계 줄행랑 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날도 완전히 저물어가고 희미한 초생달만 등뒤에서 우리를 비쳐주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라이트를 가져왔지만 건전지 수명이 다 되었는지 불빛은 휘미해져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벽파령에 도착! 여기서도 눈앞이 뾰용...
우측으로 마항치  8Km, 아래는 화동의 자연 휴양림 8Km, 좌측으로 난길은 지동리 10Km 그럼 도대체 우리는 지동리로 해서 돌아 돌아 벽파령으로 올라왔단 말인가?

아∼ 도대체 이 가리왕산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에 앞서 정말 산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벽파령에 도달하기전 위쪽으로 난 임도길이 있던데 이길이 하안미리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누구 가본 사람 있으면 리플 달아 주세요...)

다시 동생이랑 신중히 상의를 하고 이제는 어떻게 할까? 영영 이 산에서 미아가 되는 걸까?

119에 신고하면 사람들이 와줄까? 잘 찾아올까? 해와 소년님이 이산에서 다쳤다고 하던데 이 산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온 나를 산신령님이 너 오늘 임자 만났네. 혼나봐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론은 이제는 두 번 다시 모험을 하지 말자. 마항치로 올라가서 우리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자 괜히 초행길을 가다가 또다시 삼거리를 만나서 잘못 된 길로 가면 완전히 탈진한다.

그래서 거리는 멀지만 마항치에서 내려가는 길은 거의가 다운힐 이니깐 왔던길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다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23Km를 더 가야하다니 하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 했지만 280랠리 전사들을 생각하니 그분들은 우리보다 더 악조건 속에서 랠리를 완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불뚝 용기가 났습니다.

그래 끝까지 가보는 거다. 이제 현재시간은 7시... 마항치까지 한시간 잡으면 8시, 거기서 장전삼거리까지 한시간 잡으면 9시, 거기서 차 있는데까지 한시간 잡으면 10시 그래 10시전에 차안에있는 맛있는 빵과 콜라가 기다린다. 자 출발하자라는 말은 나오지만 이제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제는 라이트도 들어오지 않는군요. 밧데리가 수명이 다했나 봅니다. 아 설상가상 이제는 라이트도 없이 이 어두운 산길을 가야 된다 말인가?
순간 그렇지! 디지털 카메라의 밧데리가 있지 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는 반은 끌고 반은 타고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게 갑자기 넓은 공터가 나왔습니다. 마항치 였던 것입니다.

나는 잔차를 던지고 대자로 드러누웠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잠이나 실컷 잤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10분쯤 누워 있었을까 280랠리 전사들도 여기서 힘이 들어 나처럼 이렇게 누워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론 하루에 마항치를 2번씩이나 오른 나 자신 에게도 너 오늘 고생이 많네? 하면서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본 하늘의 숨막힐 듯한 별들, 한번 눈 뜰 때마다 마치 나에게 떨어 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들 아!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적이 있는가?

이런 감상도 잠시 땀에 절은 몸은 이제는 저체온증으로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산꼭데기는 빨리 기온이 떨어지더군요.

우리는 열심히 페달질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 앞서지 갈증과 배고픔에 그리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체력저하로 인해 잔차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면서 어느덧 장전 3거리, 이제는 10Km의 하안미리 삼거리까지 다운힐만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속도가 날수록 체온저하는 더 심해져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산막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식수를 보충하고 한번도 쉬지 않고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라이트가 없었도 눈에 불이 켜진 것처럼 길이 다 보이더군요...

총거리 --- 92Km(거의 임도)
총라이딩 시간 --- 정확히 12시간
가리왕산에서 만난 사람 --- 정말로 한 명도 못 봤음, 멧돼지 한 마리와  수많은 다람쥐만  봤음.

** 산속 라이딩시 주의 할 점 **
1. 사전에 유익한 정보를 알고 갈 것.(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다른 라이더의 경험담)
2. 깊은 산속은 기온이 빨리 떨어지므로 보온장비는 필수.
3. 충분한 행동식과 식수 준비 할 것.
4. 만에 하나 늦은 라이딩이 될 수 있으므로 야간 장비는 필수.
5. 간단한 수리함은 필수.
6. 제일 중요한 것은 해지기전에 산에서 내려 올 것.

저는 초보로서 이 여섯 가지 준비사항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몇장의 사진을 와일드 파일에 올렸습니다.





****************************그 당시 리플**********************


* 랠리팀도.고생이 제일 심했던 곳이지요....재성이

* 정말 자연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할것 같습니다. 만만하게 보다가는....음....-_-;;  ....해와소년

* 280 표지판을 보고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상상이 가는군요.....바이크 홀릭

* 구미바이크님의 좋은 경험기가 후에 올라갈 많은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가온

* 후기를 보니 저도 힘이 불끈 솟습니다.....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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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ing
2003.03.20 조회 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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