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여기 배**학교 인데요"
"예, 무슨 일 이시죠?"
"배**가 머리가 좀 길어서 제가 야단을 치느라고 머리가 이게뭐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기르는 중인데요' 이러는 겁니다
다시 한번 뭐라고? 했더니 '기르는 중인데요' 라는 겁니다
그래서 따라 오라고 했더니 '왜요?' 라는 겁니다
그래서 야단 좀 치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한참 고민 했습니다
"배**가 선생님께 예의없이 굴었다면 잘못했군요
그건 제가 따끔하게 야단을 치겠습니다
한데 학교에서 학생 두발을 가지고 간섭하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럼 배**가 머리를 파마하고 염색하고 묶고 다녀도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그놈이 자기 머리를 어떻게 하든지
그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유의지의 표현인데
학교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 간섭을 하는 건
제가 그 또래였을 때 부터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학교에서 왜 간섭을 하죠?"
"글쎄 학교에서는 규정이란게 있어서"
"그 학교의 규정이란 걸 선생님이 만들진 않으셨을 테니
제가 선생님에게 뭐라 이야기 하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암튼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배**의 태도에 대한 문제는 죄송합니다. 제가 따끔하게 야단을 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불쾌하셨던 것 같긴 한데
저도 영 찜찜하긴 하군요
학교가 왜 이런 사소한 문제로
학생과 선생님, 선생님과 학부모간에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지...
저녁에 아들놈에게 뭘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저도 목수님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딸아이라 방학때 파마해준 적도 있구요.
그런데, 학교에서 여럿을 키우다보면 본의아니게 규제수준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더군요.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머리의 길이는 크게 문제삼지 않습니다만
파마, 염색의 경우 집안형편에 따라 할 능력이 있는 집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집도 있어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예전 교복자율화하다가 빈부차이로 위화감이 많이 생기다보니
비용절감, 위화감해소 등등의 목적으로 다시 교복제도로 돌아왔듯이 말입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두발길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좋겠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머리기르면 파마하고 싶고 염색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생길 듯 하더군요.
그런 까닭에 학교선생님들의 보수적인 측면에 더하여
남학생들이 훨씬 더 활동적이기에 사고발생 우려 등으로 과잉규제를 하는 것 같더군요.
세상사 어느쪽만 옳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