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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 과메기 외

靑竹2010.01.07 20:30조회 수 1218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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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적응하기 힘들었던 비릿한 과메기가

이제 겨울이면 찾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집안에서 나밖에 먹을 줄 몰랐던 과메기라

한 상자 들여놓으면 베란다에 보관해 놓고

매일 저녁 다섯 토막(두 마리 반 분량)씩 꺼내서

야금야금 먹다 보면 일 주일은 거뜬했는데

이 독점적 지위가 요즘 무너지고 말았다.

 

성인이 된 아들놈이 문제아로 등장한 것이다.

이놈이 성인이 되면서 대주가이신 제 할아버지를 빼닮아

술을 상당히 즐기는 모양새였는데

그러다 보니 평소 입이 짧은 편이었던 녀석이었지만

술에는 안주가 따르게 마련이라

못 먹던 음식들을 하나 둘 정복하게 되면서

급기야는 과메기의 영역까지 그 지평을 넓히게 됐던 것이다.

 

"그참, 되게 고소하네요. 예전엔 왜 이 맛을 몰랐지?"

 

젠장, 감마선이 달무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과메기에 관한 한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던 

 이 청죽에게 소주란 놈은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겠다.

(이거 내가 아비 맞아?)

 

험, 아무튼 올겨울 벌써 과메기 3상자째인데

두 번째는 청어로 만든 과메기였는데 확실히 맛이 달랐다.

꽁치 과메기와 청어 과메기의 맛을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음, 아마도 꽁치 과메기가 철부지의 풋사랑이라면

청어 과메기는 지고지순하고 고상하고 농익은

참사랑의 맛이랄까? 

 

아무튼 과메기 한 상자면 

일 주일 넘게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는데

나와 배터지게 먹은 다음 날 아들놈이 

 

"아부지 과메기 남은 거 오늘 다 없애죠?"

 

하면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는 꼬라지를 보니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 횡설수설.....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도로다이어트를 통한 자전거도로가

집으로 가는 길에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사진을 올려

의정부시청을 칭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실망했다.

 

 

 

 

 

 

 뭔 눈들을 자전거도로로 다 밀어서 쌓은 게야? 어쩌라구?

가뜩이나 약자에 한없이 냉혹하고

강자에 한없이 관대한 이 망할놈의 사회를 닮았던가?

반대 쪽 자전거도로가 없는 벽으로 눈을 밀어도 될 것을

어쩐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어쩌면 자전거도로를 만든 게 일종의 생색내기 행정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요즘 딸아이에게 철학이 빈곤한 녀석이라고 놀린다.

이유는 이렇다.

 

전공과목 여섯 과목이 올 A+인데 이 녀석이 평소 철학과목에

호기심이 있어 번외로 강의를 신청해 들었는데 그 과목에서

그만 B+를 받는 바람에 퍼펙트를 놓친 것이다.

 

철학이 빈곤한 녀석이라고 장난삼아 놀리긴 하지만

한편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줄 아는 녀석이 기특해서

칭찬을 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궁금한 건

고교때는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던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더니 죽기살기로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런 모습이 정상일 테지만....

 

 

 

 

 

 

 

매서운 추위에 중랑천을 달리고 나서 단골 샵에 들르면

쥔장이 내 주는 종이컵에 담긴 이 따끈한 커피 한 잔은 대단한 위안이다.

 

 

 

 

건곤에 백설이 만하야...(언제 다 녹누?)

 

 

 

 

죽은 듯 말라보이는 앙상한 가지들이 맹추위 속이지만 가로등 불빛에

온기를 머금은 듯한 착각이 든다. 갈수록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는 빠르다.

저 죽은 듯 보이는 가지들에도 금세 새 잎이 돋아나렸다?

 

날씨가 어지간히 추워도 발이 시려운 줄 모르는 체질인 내가

발이 시큰해지는 걸 보니 어지간히 춥긴 추운 날씨인가 보다.

 

 

겨울이 농익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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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아이가 꿀 먹으면 죽는다"며 겁주던 욕심 많은 노인의 일화가 얼마나 지혜로운 것인줄 모르셨더란 말씀입니까?

    "총각이 과메기 많이 먹으면 자식 못 낳는다"는 어떤지요. ===3=33333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1.7 20:57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니!!!

    진작에 말씀해 주시지 않고

    약방문을 사후에 이렇게 건네십니까욧!!!!!!!!!!!!!!

     

     

  • 아드님이 청죽님보다 낫심니더.

    과메기에는 쐬주!! 그 맛을 아는 것을 보니

    청죽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더. 아드님 자랑 맞지예?(^,.^)

  • 훈이아빠님께
    靑竹글쓴이
    2010.1.7 20:5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저는 술을 안 마시지만 생선을 곁들일 때 조금씩 마십니다.

    아들놈 성화에 소주 석 잔을 마셨습니다.

    생선의 감칠맛은 알코올로 인해 역시 배가되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훈이아빠님.

  • 댓글왕 왕위를 내려놓기 위해서 댓글 안달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는데....

    모니터 보고 싱글싱글 웃은 저를 와이프가 보고

    "왈바가 내보다 좋나?~~~" 하는 말에

    결국 댓글 올립니다 ㅋㅋㅋㅋ

    과매기 가끔 먹어보는데 소주맛을 아직 몰라서 그런지 아직  잘 모르겠던데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제가 먹는것같은 착각이~~~ ㅎㅎ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1.7 21:11 댓글추천 0비추천 0

    왕의 지위를 헌신짝처럼 여기시는 쌀집잔차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존경하옵니다.ㅋㅋ

     

    저보다 쌀집잔차님께서 과메기를 더 즐기실 법한데 아니로군요.ㅋㅋ

     

  • 직거래 장터에 과메기가 있어서 가끔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과메기를 한번도 먹어 본적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것이지요  ^^

     

    따님 대단합니다    

    어째 그리 신통합니까    들어오면  예쁘다고 토닥토닥해주세요 

    공부 하려는 녀석들 보면은  한량없이 예쁩니다 

  • 줌마님께
    靑竹글쓴이
    2010.1.7 21: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직 맛보시기 전이시라니 드시라고 감히 권하기도 어렵네요.ㅋㅋ

    누구나 쉽게 그 맛에 적응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설이 있습니다.ㅎㅎ

     

    애교 덩어리인 딸아이는 제가 사는 낙이랍니다.

    제가 귀찮을 정도로 옆에 매달리는데 저는 다른 집도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당신은 참 복이 많은 줄 아세요"

    "엥? 뭔 소리여?"

    "저렇게 다 큰 딸이 저렇게 애교를 떠니 그런 운수대통이 어딨수?"

    "다른 집도 다 이런 거 아닌감?"

    "저 냥반이 참말로 우물안 개구락지시네..호호호"

     

    공부하라는 말을 아이에게 여태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제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한량없이 기쁩니다.

    늘 건강하세요 줌마님^^

  • 靑竹님께

    딸 아이 다 그런거 맞습니다..ㅎ~

    학년 올라 가면서 성적도 좋아지고 하여간 딸이 이쁩니다.

    아들은 별로 맘에 안듭니다.

    군대 보내서 추운데 아마 디지게 고생하고 있을 테지만 하여간 학년 오를 수록 성적도

    별로이고 내내 말썽 피우고 그럽니다.

    기계만 고장 안났다면 딸 하나 더 낳으면 좋겠는데..ㅎ~ 이제 고장 나서 만들지도 못합니다.

  • 소주에 과메기까지...........빼앗겨야한다니

    이제 청죽님의 주전부리 낙은 끝나셨군요 ^^;;

  • 과메기 ,,,좋죠..

    그나저나,,

    의정부 가본지 오래되었네요.

    샆,,내외분은 여전하시지요??

    그,,선한 미소가 보고잡군요.

  • 앗! 청죽님도 팔불출에 속하시나요?

    과메기보다 배추가 훨 맛나게 보이네요.

     

  • 靑竹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과메기도 그렇고 애교있는 따님까지.....

    담번에 친구넘들 만나면 막걸리에 과메기를 한번...ㅋㅋㅋ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잔차생활 하시길..^^

  • 청죽님 잘 계시지요...인사도 못드렸네요...정신없이 살다보니 1년이 후딱 지나가부렀습니다.

    과메기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네요...저도 처음 과메기 보고 무슨 회도 아니고

    날고기 같은걸 그냥 먹냐하면서 하나 먹어보고 헉 하면 지금껏 맛나게 먹고 있지만...

    요즘은 여의치 못해 집,회사만 지하철로 다니고 있네요...전 울딸들이 크면 같이 한잔 해야겠네요...^^

  • 아드님의 "아부지 과메기 남은 거 오늘 다 없애죠?" 이 말에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ㅎㅎㅎ...

    언젠가는 청죽님께서 "과메기" 사진과 더불어 글 한 번 올리실터인데.....하는 생각과 추측을 했었는데

    그날이 어제였군요...ㅎㅎ....그저 행복해 보이시는 가족분들의 모습에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캡틴님과 형수님께서도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 궁금 합니다..^^

  • 저 사진을 의정부 시청에 보내세요. 제발 좀 잘 하라고...제가 다 억울한 기분입니다.

     

    그나저나 과메기는 확~~~ 땡기뿌네...

  • 이놈의 눈이 녹지를 않으니 결국 구석으로 밀게되고 없애려면 실어다가 어디 하천이나 공지에 버려야 하는 험상궂은 요즘 상황에 사람다니는 길도 눈때문에 바닥이 안보이니 어쩔 수 없으려니...하고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자전거 도로가 생긴게 신기하고 반갑고 아직 그렇네요 ^^;;

  • 이렇듯 한파가 몰아치니 어릴적 풍경이 문득 생각납니다.

    과메기 훌륭한 음식이지요 주당에게는 훌륭한 안주이고요 ㅋㅎㅎㅎ

  • 이 과메기 메니아의 가심을 마구 벌렁거리게 만드시는 맛난 글 잘 일겄심더...

     

    그래도 저희 집에선 저의 독점적 지위가 한동안은 유지될 것 같아 적잖이 안심이 됩니다.

     

    만약 아들년이나 딸넘들이 커서 애비의 과메기를 축낸다면 전 단연코 연을 끊어부릴 각오가 돼 있심더!!

     

  • 울집에서의 독점적 지위의 마지노선이었던......리모컨 사용 권한을....

    태조가 이방원에게 왕권을 강탈 당하듯 저 역시 큰아들 넘에게 빼앗긴 후론.....

    거실 TV 앞에 나타 나질 않고 있습니다.......(이름하여...안방차사???)

     

    과메기의 참맛을 모르는 저로서는....그 비릿한 냄새가....참 싫을 뿐입니다만.....

  • 1년쯤 전에도 과메기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주신걸 기억합니다. 혼자서 그 맛을 음미하느라 겨울을 행복해 하시더니 올해부터는 방해꾼(?)이 생기셨군요.
  • 과메기를 몇 번 못 먹어보았는데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지더군요.

    고소한 맛을 느끼면
    맛을 어느정도 아는 것인가요?

  • 직원식당에 한 번씩 나옵니다...저는 못 먹는지라 김에 밥 싸서 먹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과메기 나오는 날은 아주 난리 나더군요 

    따님께서 공부를 제대로 배웠네요^.^

    부전자전이 하늘의 이치니 뭐 어쩌시겠습니까? 상자를 두배로 늘리셔야죠...

    그나저나 다치신 곳은 이제 괜찮으신지요...모쪼록 늘 안전한 자전거생활하시기를...

  • 돌김,생미역,미나리,초장에 다진마늘 넣고 참기름 두어방울....

    상 넓이로 봐서....  위엣것들이 없으므로...

    과메기....  무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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