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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샥 예찬

靑竹2009.09.17 23:16조회 수 1288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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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샥이 좋아 인터넷을 싸돌아다니며 풀샥 자전거의 이미지를 물어다 놓은 게 물경 1기가를 훨씬 넘었었건만 아들놈이 컴퓨터를 먹통을 만들며 포맷을 시키는 바람에 모조리 날리고 말았었다. 이렇게 글에 인용하다가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처음부터였지만 지금 타고 있는 풀샥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예전에 나온 올마라 트래블도 작은 편이다. 장차 내가 가장 타고 싶은 풀샥 자전거 1순위인 터너 5spot. 스탠드오버가 낮아 숏다리의 비애를 피하기에 가장 적합할 듯하다.

 

 

 어릴 적엔 자전거를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그것도 자동차랍시고 검정 고무신을 포갠 사이에 지푸라기를 끼워 모래를 싣고 질질 끌고 다니는 게 장난감 오락이었고 굴렁쇠로 쓸 만한 쇠로 된 고리를 손에 쥐는 건 대단한 행운이기도 했다. 그런 환경이었으니 자전거는 실로 엄청난 문명의 산물로 비쳤다.

 

당시 막걸리를 배달하는 양조장의 커다란 짐 자전거라든가, 연례행사처럼 우리집을 방문해 대나무를 몇 그루씩 사서 싣고가곤 하던  대나무공예가의 짐 자전거 등이 이따금 동네에 출현했었는데 아직 청소년기였던 외삼촌들과 동네 청년들은 자전거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너도나도 자전거를 탄다고 열을 올렸었다. 조그만 난 커다란 덩치의 육중한 자전거를 타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고 때로 외삼촌이 모는 자전거의 묵직한 짐받이에 동승할 기회를 얻곤 했는데 문제는 울퉁불퉁한 시골길에서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는 덜컹거림이었다. 앞에서 자전거를 모는 외삼촌들이야 신이 나서 환호성을 올리며 페달을 밟아댔지만 짐받이에서 연신 비명을 지른 탓에 자전거라는 매커니즘에 그리 호의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전거의 무게쯤이야  거의 무시하는 편이라 그런지 에어샥 보다는 반응이 늘 정직할 듯한  코일샥에 언제나 눈이 간다.내가 장차 타고 싶은 풀샥 2순위인 산타크루즈 헤클러.뜬금없이 블릿까지 넘보지만 나이와 거꾸로 가다가 경을 칠 지도 모를 일이라 눈감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러 마흔이 되던 해 다시 접하게 된 자전거. 근 5년여 하드테일을 타던 중 우연히 접해 본 풀샥의 느낌은 실로 대단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자그마한 요철들을 지나면서 마음 속으로 대비했던 충격들은 흡사 월척이 걸린 대낚을 굳게 잡은 손에 전해져 오는 '투두둑'하는 느낌처럼 지극히 순화되어 전해지는 것이었다. '아, 이 즐거운 왜곡은 또 뭐란 말인가?' 

 

대한민국을 특징짓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경쟁'을 꼽는다. 이런 경쟁 사회에서 키워진 관성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여럿이 어울려 타자니  내가 예찬까지 하게 된 이 풀샥은 적어도 하드테일이 주류인 사람들 사이에선 포용되기 어렵다.  

 

언젠가 거의 왕복 80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출퇴근하던 시절에 중랑천에서 의정부 아지매 부대들과 조우하는 바람에 라이딩에 합류하게 됐었는데 평소 같으면 웃으며 여유 있게 뒤따라갔을 내가 그녀들을 따라가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다. 그만 파김치가 되고 만 것이다. 당시엔 올마에 가까운 풀샥이 그 정도로 도로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사실은 모르고 '이거 요즘 자전거를 안 탄 것도 아니고 꽤 열심히 탄 편인데 이게 무슨 꼴이람?'하는 생각만 했었으니 내가 어지간히 둔하긴 둔한 위인인가 보다.

 

 

 ▲이건 아마 천재소년님의 자전거로 기억한다. 타 보고 싶은 풀샥 3순위인 니꼴라이 fr. 천재소년님의 글을 보고 싶은데 요즘 뭘 하시는지.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자유를 택하기로 한 이유 중에 풀샥이 가진 진수를 맛보기 위한 의도도 있다. 요즘은 페달을 밟으며 경주마를 모는 기수처럼 풀샥이 요구하는 리듬까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돌들이 많고 패인 웅덩이들이 많은, 필시 하드테일이 가기 싫어할 만한 한적한 길들을 찾아 호젓하고 여유있는 라이딩을 즐긴다. 게다가 단거리라기엔 좀 긴 거리의 도로라이딩마저도 요즘 난 이 풀샥을 쓴다. 워낙 유유자적 다니다 보니 예전엔 터무니없이 느리게 느껴졌던 20km/h 정도의 속도가 이제 제법 빠르게 느껴지고 30km/h를 넘기면 현기증마저 나니 속도에 대한 감각마저 풀샥에 맞춰 현실적으로 변했나 보다 클클.

 

 가끔 훌쩍 집을 나서 먼 지방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 때면 장농 위에 곱게 모셔둔 크로몰리 하드테일 프레임이 그리워 가슴이 뭉클하지만 마음으로 작정한 날까지 난 단지 이 품성이 유들유들한 풀샥과 함께 산천을 누빌 생각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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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풀샥타고 남산에 갔다가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 smchung님께
    靑竹글쓴이
    2009.9.17 23: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남의 눈치도 보지 말고 그저 나홀로 유유자적하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음입니다.ㅋㅋㅋ

    혹 하드테일을 탄 일행들이 있으셨던가요?

  • 靑竹님께
    암요 있었지요.... 9kg 초반대 카본 하드테일이랑 같이 갔었습니다. 남산에 처음 가본다면서 깔딱고개까지 넌스톱으로 쭉쭉 차고 올라가서 팔각정 앞에 앉아 있데요... 저는 중간에 휴식 한번하고 깔딱고개는 끌바하면서 올라갔더니만... 
  • 천재소년님...............엄청 바쁜거로 압니다

    얼마전에 보았는데......

    기브스 풀고 첫 라이딩이라면서

    목동까지 왔다가 갔죠........얼굴한번 보고가느라

    새벽1시에 집에 도착해서 쓰러졌다는 설도있고요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17 23: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 바쁘셨군요. 한가한 것보다야 바쁘시다니 좋습니다.

    사실 니콜라이 fr을 3순위에 올린 건 천재소년님의 뛰어난 리뷰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게 작용했죠.ㅎㅎㅎ

  • 속도, 하나의 욕심을 버리셨군요.

    전 이곳에 오면서 풀샥, 하드텔 다 가져 왔는데

    두녀석 다 각각 타는 맛이 달라서 선듯 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17 23: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속도에는 비교적 무심해졌습니다.

    꽤 오랜 세월 속도를 내서 달리는 데 몰두했었는데

    지금은 그러기 싫더군요.

    하드테일이나 풀샥이나 사뭇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월을 논하며 비교하는 일은 사실 무의미합니다.

    저도 하드테일이 그리워서 당장 조립하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오늘 하루 어찌 지내셨습니까?

  • 내년 봄쯤이면 .....청죽님에게 한수 배우겠다고 줄서는 사람들이 많아질듯

     

    청죽님.....메뉴얼 윌리 등등 빨리 습득하시기를~~~ㅋㅎㅎㅎㅎㅎ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1 댓글추천 0비추천 0

    풀샥의 출렁거리는 느낌만 좋아할 뿐이지

    기술은 개뿔도 없습니다.ㅋㅋㅋ

  • 천재소년님이 요즘 잠잠하네요

    한번 목동으로 불러서 저녁이라도 먹여야겠네요

    배부르게 먹고 집에가면 배가꺼져서 허기지겠지만 ㅎ

    (두시간을 죽어라 달려야 집에 도착한답니다)

    (올때는 한시간 반이면 도착합니다)

    시간차이가나는건 경사도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고수라서 그런지 그런것도 예민하게 느끼더군요..나같은 사람은 그런거 모르고 그냥 달리는데~~ㅍㅎ

  • 풀샥은 도로에선 느리더라도 산에선 빠르지요~ ^^ 저도 도로에선 20km/h를 넘기기 힘듭니다..ㅎㅎ
  • 듀카티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산에서는 긴 업힐이 아니면 다니기 좋더군요.

    간혹 너무 빨리 내려간다 싶을 때가 있어 조심합니다.

  • 이글을 보지 말았어야 합니다...

    사이클이 눈에 어른거리고 있는데... 풀샥까지...ㅠ.ㅠ

    차라리 지금 잔차를 팔아서 저렴한 로드차와 풀샥으로???

  • 인자요산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4 댓글추천 0비추천 0

    두 대로 번갈아가면서 타 보세요.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 걱정하는 점이기도 합니다.ㅋㅋㅋ

    제 취햐일 뿐인데 무슨 정의인 양 타자에게 호도하기 쉽거든요.

    (인자요산님 풀샥 타실 거 같아..)

     

  • 이글을 보니 제게 딱 맞는 사자성어가 생각 납니다.....언.감.생.심.유.....(짧퉁이라서...ㅠㅠㅎ)

    단 하 나뿐인 하드텔 뽀사질 때 까지 전 타려구유...^^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편단심이 사실 젤 좋아유..ㅋㅋ
  • 음.... 제 풀샥도 여기 슬쩍 들이밀어 봅니다요~!

    청죽님 성에 차려나 모르겠지만, 2005년식 스페셜라이즈 s-works 스텀점퍼 M5 fsr 120입니다. 

    mtbr.com에서 찾아 보니까 2008년 베스트상 받았던데요? 터너 플럭스나 산타크루즈 블러 LT보다 평점이 더 높아서 흐뭇 ^^

    출퇴근 도로 위주로 다녀서 로드타이어 장착해 놨는데, 아주 가끔 산에 갈 때 휠셋을 통째로 바꿔 달고 나가지요.

     

    댓글에 사진이 올라가지 않는 관계상 첨부 파일로 올립니다. 청죽님, 봐 주세요! 

  • 바보이반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6 댓글추천 0비추천 0

    좋은 자전거네요. 저도 이걸 한 번 타 보았는데 기능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런데 풀샥에 로드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는 처음 봅니다.ㅋㅋ

  • 靑竹님께

    ^^ 이것도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나 할까요? 험!

    여행 다닐 때, 설렁설렁 타고 다니기엔 풀샥에 로드타이어가 좋아요. 해 보시라니까요~^^

  • 저도 지금 XC를 타고 있지만 언젠가는 풀샥으로 갈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두대를 소유할수 있는 여력은 없어서 프레임만 교체를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인지는 아직 모르구여 XC가 지겨워 질때가 되면 그리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뭐 풀샥이라고 속도가 안나는건 아니지요...조금 힘이 더 필요할뿐...

    전 아직 모델 봐논건 없어요...헤헤헤 아무거나 그냥 저렴한 프레임으루다가...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09.9.18 19: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인님처럼 힘이 장사이신 분들은 저보다 더 잘 맞을 거 같은데요.

    다운힐의 공포도 극복이 쉽게 되실 테고...글츄?

  • 풀샥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올려주신 요 몇 장의 사진들이 가슴에 들어오기 시작했네요^.^;;;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아드님 덕분에 물경 1기가가 넘는 (아휴!도대체 얼마야 이미지가 기가니...)사진을 볼 기회가 사라져버렸으니...

    더 이상의 유혹을 안 당해도 되니 말입니다   튀끼라=3=3=3===333

    저는 지금의 제 자전거가 제일 좋습니다---늘 세뇌 중

  • 靑竹글쓴이
    2009.9.18 19: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지금의 자전거가 가장 좋다는 생각은 생각은 정말 바람직합니다.

     

  • 자전거를 몇 번 바꾸지 않았는데
    지금 타는 자전거가 좋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로드로 어딜 가자고 하면
    금방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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