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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합니다.

chioni2008.12.13 00:28조회 수 1739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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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자전거를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점 한가지는 제대로 된 미캐닉 찾기 참 어렵더라는 겁니다.
재작년쯤이었습니다. 사용하던 포크에 유격이 느껴지고 유압식 브레이크 작동이 시원찮은 것 같아서 정비를 하기로 하고 왈바를 검색했습니다.
샵 리뷰 게시판에 자전거 정비를 전문으로 한다는 모 샵이 실력이 있다는 평이 있어 그 곳을 찾아갔습니다.
샵 사장님 본인이 미캐닉인 샵이었는데 그 분이 브레이크 블리딩과 포크 분해 정비 외에도 전체적으로 분해해서 정비하는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하셔서 서비스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찾을 날짜가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했더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며칠 뒤에 오라더군요. '그러면 미리 연락이나 주든가' 내심 기분이 좀 그랬지만 할 수 없어 기다렸습니다.
며칠 후 자전거를 찾으러 갔더니 자전거가 엄청 깨끗해져있더군요. 특히 타이어는 무슨 약으로 닦았는지 아주 번쩍번쩍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원찮았던 포크와 브레이크는 그대로인겁니다.
무슨 이상이 있냐고 물었더니 '블리딩을 해봤지만 브레이크 내부에 뭔가 이상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 포크는 내부 부품이 망가진 것 같은데 부품이 없어서 그냥 다시 조립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분해정비 서비스 요금과 블리딩 요금을 다 받더군요. 고치러 갔던 건 하나도 못고치고 돌아왔지만 자전거가 깨끗해졌다는 것에 애써 위안을 찾으며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멀쩡히 잘 변속되던 변속이 엉망인 겁니다. 쩝...변속기 세팅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어서 집에서 직접 다시 조정했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페달을 돌리는데 짜증이 확 나더군요. 왈바 샵 리뷰 게시판에 샵 리뷰를 쓸까하다가 관뒀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남 먹고 사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
결국 포크와 브레이크는 다른 샵을 통해 수입상에서 수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샵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은 '샵을 이용해줘서 감사하고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자전거는 잘 수리됐는지' 등의 의례적 메시지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서비스에 만족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으로 간단히 그 메시지에 대해 답신을 보냈습니다. 역시나 아무 답신이 없더군요. 그냥 잊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라이딩 후에 체인을 닦으려고 링크를 푸는데 콘넥스 체인 링크 방향이 거꾸로 끼워져 있는겁니다. 참 어이 없었습니다. 요즘도 전문적인 정비 교육까지 한다는 그 곳 광고를 보면 속으로 웃습니다.

최근에 중고 브레이크를 하나 구해서 옮겨달려고 근처의 샵에 가서 공임을 주고 장착했습니다. 근데 미캐닉 말이 한 쪽 상태가 좀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으로 눌러보니까 한 쪽 레버에 힘이 없이 에어가 차거나 오일이 모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블리딩을 해보면 안돼겠냐고 했더니 자기 경험으로는 블리딩 문제가 아니고 브레이크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 같은데 자기 경험으로 고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런가 싶어 주말에 시험삼아 근처 산엘 올라갔다 왔더니 확실히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뭘까 알아보려고 또 괜찮다는 샵을 찾아 먼 곳까지 갔습니다. 그 곳 역시 정비 잘한다는 평이 있었죠.
미캐닉에게 브레이크의 문제를 설명했더니 블리딩을 해봐야 알겠지만 시마노는 미네랄 오일을 쓰는데 이 브레이크는 DOT 오일을 써서 고무 씰이 상했을 수 있다. 그러면 서비스를 맡겨야 한다고 하는겁니다. 근데 제 브레이크는 역시 미네랄 오일을 사용하는 마구라 마르타였습니다. 저는 최대한 맘 상하지 않게 "저...마구라 브레이크는 미네랄 오일을 쓰는 걸루 아는데요..." 라고 했습니다. 급 당황하며 샵 홈페이지를 찾아보더니 "마구라 전용 오일이 있구나" 이러더군요. 속으로 당황한 건 저였습니다. '이런 제길 또 헛짚었나...'
어쨌든 미캐닉이 일단 블리딩을 해보고 살펴보자고 해서 일단 블리딩을 하려는데 호스를 연결하는 육각 나사를 보더니 이게 덜 조여졌는데 나사의 육각부분이 약간 뭉개진 것로 봐서 나사가 잘 못 끼워진 상태로 억지로 밀어넣은 것 같다. 자기 샵에서 그런게 아니니 나중에 문제 삼지 말아달라 하더군요.
알겠다고 하니까 다른 미캐닉한테 그 이야기를 해주고 블리딩을 부탁해주었습니다. 그 미캐닉이 나사를 풀어 자세히 보더니 나사산은 멀쩡하니 잘 못 끼워 넣은 건 아니다. 그런데 나사 머리가 뭉개져서 더이상 돌릴 수가 없다. 자기가 보기에도 이건 블리딩 해봤자 또 문제가 생기니까 원래 나사를 뭉개뜨린 샵에 가서 해결하는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냥 돌아오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와서 '제길 새거 살걸 몇 푼 아끼려다 골치아프게 생겼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블리딩이나 한 번 해보고 버리자'는 생각이 들어 그 다음날 강남에 있는 사무실 근처의 샵에 별 얘기 없이 블리딩만 해달라고 했습니다. 다 돼면 전화 주겠다고 하루 후에 오라더군요. 그래서 전화번호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날 연락이 없더군요. 전화를 걸어 언제쯤 가면 되냐니까 귀찮은 듯 다 돼면 전화주겠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기다렸습니다. 저녁이 돼서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바빠서 못했으니까 내일 해주겠답니다.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그냥 두라. 지금 가지러 가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더군요. 자전거를 가지러 갔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일이 쌓여서..' 등등 변명을 하더군요. 한마디 해주려다가 꾹 참고 "수고하세요." 하고 나왔습니다.
그냥 오려다가 그 근처에 다른 샵엘 들렀습니다. 차 뒤에 실려있는 자전거를 보니까 마치 아픈 애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애 아버지 같은 서글픈 느낌이 들더군요. (참고로 저 애 둘 있어요...^^)
결국 마지막 샵에서 블리딩을 하긴 했는데 로터에 오일 다 묻히고 걸루 브레이크를 잡고...참 안타까웠지만 자전거 샵 미캐닉들이란 사람들에 별 기댈 안하니까 맘은 덜 상하더군요.

낼 다시 시험삼아 라이딩 갑니다. 낼도 문제 생기면 버리고 새로 하나 사야겠습니다. 경기도 최악이라는데 아주 바보짓을 하고 다니는 것 같아 자전거에 정이 떨어지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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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자전거 입양^^;; (by 구름선비) 제 캐릭터입니다~~~ (by 쌀집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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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대체적으로 생계의 목적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
    샾을 오픈하기 전에 치밀하게 준비하는 전문성이
    좀 떨어진다는 걸 저같은 정비치도 많이 느끼는 걸요.
    참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 전문샵이라 말하며 판매에만 열올리고, 판매한 자전거에 대한 기본적인 정비 능력이 없는 샵들이 허다 합니다. 기어 셑팅조차 cool~~ 하게 못하는 곳도 있죠..
    그런곳에서 기백만원하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손님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 제가 잘아는 친구가 왈바에 있는데....
    "십자수"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지요......
    버리지 마시고 이친구한테 부탁해 보세요..
    아마 날밤을 새서라도 고쳐줄겁니다..


  • 크크
    십자수님 피박 쓰셨다. ㅎㅎㅎ
  • 이런 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지요. 나라고 같은 일 당하지 말란 법도 없는거니...
  • 소위 전문가여야 할 사람들이 아마추어보다 못한 경우가 종종 있지요.
    어쩌다 제대로 된 미케닉이라도 만나면
    오히려 손님인 제가 그렇게 감사하고 고마울 수가 없더라구요.
  • 한가지 분명한것은 전문적인 메카닉을 기대하신다면 제대로 된 공임도 각오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없이 살다보니.. 결국 모든걸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만......
    어쨋든 제가 부산에 살때는 제대로 된 메카닉을 두분인가 알고 있었는데
    이사오고 난 후에는 튜브가 1.75이하용인지 1.95이상용인지도 헷갈려하는 샾엘 가고 있습니다.
  • 공부 하세요....한 두달 정도 열심히 공부하면 왠만한 미캐닉 보다 잘 고치고 만족감도 높습니다...
    자신이 기존의 생업을 포기하고 자전거로
    생업을 전환했으면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보곤 했는대..
    초등6년 + 중3년 + 고3년 = 원하는 대학을 못간다..............제 개똥철학입니다...
    12년 동안 공부를 해도 자신이 어디를 가야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개념을 찾는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았습니다.
    생업으로 자전거에 뛰어 들었으면 쉬지말고 노력을 하고 공부를 해야합니다....
    저도 짧지 않은 기간을 투자했지만......제 생각과 같은 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돈 이라는 굴레에 있는 것 같더군요.....
    어떻게 몇개월, 몇주 공부와 실습을 하고 평생 먹고사는 기술을 모두 배웠다고 생각을 하는지...
  • 뷔즈 강추합니다 이만한데 없습니다 공임 아깝지 않습니다
  • 2008.12.13 1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샾 이름 올려 주심 안되요? ... 에혀....
    그분들도 반성좀 하고 공부 하셔야 될텐데......
  • 어떤 직업을 가지건 최고가 되고, 책임을 지려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지요.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하다보니 아래 탱크 볼트를 어떤 정비사가 어찌 조여놨는지 알 수 없지만, 나사산이 다 나간적 있습니다.
    오일갈러 가서 황당하더군요. 탱크를 거금들여 교환해야 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기다려서 교환하고, 나중에 집에와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헬리코일이라는 아주 저렴하게 수리하는 방법이 있더군요.

    실력없고, 정보어둡고, 욕심앞서고, 공은 가로채고, 책임은 회피하고, 규칙안지키는 인간들이 세상에 많을수록 국민의 지갑은 비어간다고나 해야 할까요?
  • 2008.12.13 12:11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전거 샵들이 배불러서 그런가요 이런 불경기에...고객의 Need를 만족 하면, 그 파장은 수십배로 얻을수 있으텐데요...
  • 배워서 자기가 하는게 제일 속 편하죠...쩝
  • 2008.12.13 20:00 댓글추천 0비추천 0
    테라로직샥이 첨 나왔을 때 구입해 쓰다가 더스트실링에서 오일이 세서 a/s를 보냈는데 실링은 교체를 했는데 멀쩡하던 자동 잠금장치를 망가트려 왔더군요. 작년에는 구입한지 8개월 정도된 마조찌샥이 잠금장치가 고장나서 a/s를 보냈는데 잠금장치는 고쳐왔는데 리바운드 댐핑은 말을 듣지않고.... 정식수입원의 a/s기량(?)도 이런데 개인 샵이야 오죽하겠습니까.
  • 저도 그런 경험 했습니다....그뒤로 제 스스로 못고치면 앗세이체로 새걸로 사다가 갈아버리는게 속편합니다.....위에 언급된 샵들 다 가보앗지만......고치는게 맘에도 안들고 공임은 연장값만 수천만원 들어가는 자동차 수리 공임보다 더비싸고....특히 미국 잔차정비 유학 다녀왓다고 수료증 걸어놓은곳들.....수료증 해석할 영어 실력이나 되는지 의문...
  • 2008.12.14 21:13 댓글추천 0비추천 0
    걍 지르삼. 쿠쿡. >.< (거의 처음으로 글 올린거 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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