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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좋다.

靑竹2008.12.03 01:26조회 수 1675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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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걸려 있는 호산 이완종 화백의 노송도에 절전을 위해 하나만 달랑(요즘 꽤 춥다.흑) 켜 놓은 샹들리에 등이 비친 모습이 흡사 달을 품은 커다란 노송이 살아 있는 모습처럼 눈에 들어와 셔터를 누르다.





여태 타 보았던 자전거 중

완벽한 만족감을 느끼며 탔던 잔차는

입문할 때의 중저가형 잔차가 유일한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보다

타는 일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기며

열중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후로 탔던 몇 대의 잔차는

처음 탔던 잔차에 비하여 가격, 기능 면에서

훨씬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꿈의 잔차'로 자리잡았어야 마땅했는데도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경험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잔차를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그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수많은 동호인들의 동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역시 그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평생 이놈과 같이하겠습니다"

"꿈의 잔차를 손에 넣었습니다. 평생 동지로 고락을 함께하겠습니다"



등등의 수사들을 동원한 감회를 적는 그들이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거나

다른 잔차로 바꾸어 타고 다니는 걸 심심찮게 목격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면

'꿈의 잔차'란 헛된 무지개를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된다.

늘 함께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하고 약간은 불만스럽고

그러다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에 한눈도 종종  팔면서

무관심하고 등한시했던 그러나 항상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현재 자신이 타고 있는 잔차가 바로 그 '꿈의 잔차'였다는 걸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드나 보다.

겨울은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계절이다.

수그리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언제나 겨울철 라이딩이 좋았다.



그것도 바늘로 살갗을 콕콕 찌르듯이

따가운 혹한의 날씨를 뚫고 달리는 걸 좋아했다.

꽁꽁 얼어붙은 길도 좋았고

소복하게 쌓인 눈길을 헤매는 것도 좋았다.



혹한의 따가울 정도로 차가운 바람은

온몸의 감각기관을 일깨워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기 때문에

항상 겨울라이딩은 보너스가 추가된 느낌을 받았다.



겨울아 반갑다.
혹한의 눈보라야 기다려라.
내 꿈의 잔차야 나가자꾸나.



야호~







나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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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행을 명령서. 참조 DR.장 (by ........) 700만원.... (by 심시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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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왠일이시래요?

    갑자기 사람 반성하게 만드십니다.

    바이커스는 한겨울에도 매주 라이딩하는데 한번 모시고싶구만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뭔가 크게 와 닸습니다....^ ^*
  •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글입니다.
  • 요즘 느끼는 감정인데 반성하게 만드시네요.
    전혀 생각 없으시겠지만 대가의 노송도 한점 포기 하시면 꿈의 잔차 여러대 사겠습니다. ㅎ~
  • 자전거는 좋은데 엔진과 실력은 자꾸 퇴화되는 저는... TT

  • 하이얀 눈을 가르며 오르는 나즈막한 산길에서의 그 기분...
    정말 따스하다시피 하더군요...

    지난 날을..
    흑백의 美를...
    slow life를...
    .
    .
    .
    생각케 하는 아침이네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 저도 겨울이 무지하게 좋습니다.
    백두대간의 칼바람을 뚫고 발왕산 정상에서 보드를 타고 내리쏘는 그 칼칼한 맛이란~ㅎㅎㅎ
    겨울엔 자전거가 두번째로 좋아요~ㅋㅋㅋ

    청죽님~금연 잘 하고 계시죠?^^~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전.....겨울엔 방콕...ㅡ,.ㅡ;;;;;
  • 어후...저는 추위에 약해서리. 켁
  • 저도 솔직히 겨울에는 스키가 더 좋습니다. 겨울되면 자전거는 2위로 순위가 내려갑니다.
  •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 잘읽었습니다.
    모두 한겨울 잘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작년 이후부터는
    겨울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밤도 군밤장사 모자에 방한화까지
    온 몸을 요새화 시켜서
    동장군의 침입으로부터 몸을 지키고자 합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그런지
    자전거에 대한 꿈은 많지 않습니다.
  • 초록글씨는 언제나 봐도 정감이 가는 좋은 글입니다 ㅎㅎㅎㅎ
  • 약간 딴 얘깁니다만,
    영화 달콤한 인생(이병헌 주연)의 나레이션 가운데, 꿈을 꾸고 난 후 우는
    제자를 보고 스승이 슬픈 꿈을 꿨냐고 묻자 제자가 달콤한 꿈을 꿔서 운다고
    하는 게 생각납니다.

    '드림 바이크'는 누구나 꿈꾸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바이크가 있었고
    지금 그런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이젠 그냥 화장실의 비누처럼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막? 굴립니다. 정비 세차 이런거 없이 그냥 타는거만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가장 재미있게 탄 자전거는 입문용 엠티비로 한강만 하루 종일 왔다갔다 하던
    그 당시의 라이딩이 제일 그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자전거 보다 자전거를 '타는'게 더 좋습니다. ^^
  • 저도 자전가가 좋습니다..."I like bike" ^^
  • 제가 왈바질 할때 마누라는 혹시 숨겨논 애인하고 통신이나 하는 줄 알고 잔뜩
    경계하는 실눈을 뜨고 어께너머로 들여다 보며 이분 저분 글을 읽고 있지요.

    날씨가 좋을 때는 뻔질나게 나서다가 좀 추워지면 꼼짝하지 않는 제게 한다는 말이..
    "아 왈바 청직인가 하는 양반은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팽귄마냥 좋아라
    자전거 타신다는데, 당신은 그 축에 끼지도 못하는가 봐요"며 힐난입니다.

    저는 짐짓 엄중한 표정을 하고는
    "아 이사람아 청직이는 무슨 청직이, 청죽님이시지.. 그분은 옛날 만주에서 개팔아 번 돈으로
    독립운동하였다는 구만..나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른 분이지"하며 그만 꼬리를 내렸습니다 ㅋㅋ
  • 크크크...탑돌이님은 이제....큰일 나셨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청죽님의 비밀을 알고서 살아 계신 사람은 ..
    저만 유일합니다만......앞으로 어두운 길 피해 다니시기를....
    (만주에서 개 팔아 벌긴 뭘 벌어!! 다 까말아 드셨더구먼!!!! 이름하여...청국밥!!)
    * 청국밥....말아드신다고 하길래....

    몇해전..발바리 떼잔차질을 끝내고 집으로 가실 적에....
    쌍방울(???) 얼어서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
    그런 추위에도 잔차를 타시는 분이..요즘 이런 날씨야....봄바람과 다름없겠지요...헤헤헤...

    근데..꼭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마눌님하고 자전거하고 누가 더 좋습니까?..하면..뻔한(??) 대답일 것이고...

    요즘..새로운 애인(???....딸랑구님) 하고 자전거하고 누가 더 좋을까요????
  • 나는 청죽님이 좋다.
  • 청죽님 저격수가, 풀민이 님 만 있는 것이 아니군요 ㅋㅋㅋㅋ

    저도 겨울 잔차질을 즐기는 편입니다.
    작년 12월 의정부에 초등학교 모임을 새벽 1시에
    끝내고, 잔차타고 중량천을 겨유 하여 집에 오는 데
    그시간에 나말고 미친넘들 많습디다.

    ㅋㅋㅋ나만 미친것이 아니여,나 말고도 미친넘 많어유
  • 靑竹글쓴이
    2008.12.5 2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이쿠~ 성재아범님.
    저는 전마련(전국마실라이딩연합)회원인지라
    바이커스의 전투력을 감당키 어렵습니다.ㅎㅎㅎ
    요즘도 남해님을 비롯하여 여전하시지요?

    바이커스 필름이 배급이 뜸합니다.
    자주 올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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