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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중독

靑竹2008.09.19 16:23조회 수 1520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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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속의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녹여서 없애 주고
탁해진 혈액을 맑게 하여 혈액순환이 좋아진다는
양파의 효능을 예전부터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일부러 양파를 찾아서 먹지는 않을 정도로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몇달 전에 시골에서 굳이 홀로 지내시는 장모께서
양파에 솔잎을 첨가해서 즙을 내셔선
파우치로 만들어 라면박스 한 개 정도의 분량을
화물로 부치셨더군요.

별로 맛이 없는지 마누라도 싫어하고
아이들도 아무리 먹기를 권해도 통 먹지를 않더군요.
노인네의 지극한 정성을 감히 거스르기가 뭣해서
할 수 없이 저 혼자서 하나, 둘 마시기 시작했는데
썩 맛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솔향이 조금 나는 게
그런대로 맛은 나쁘지 않더군요.

그런데 자주 마시다 보니
나중엔 솔향보다 양파향에 더 매료된 겁니다.
처음엔 하루 한두 팩 정도 마시다가
나중엔 대여섯 팩 정도 마시게 되더군요.
급기야는 마누라가 콜라나 사이다를 가져다 주어도
마다하고는

"양파즙이나 하나 갖다 줘"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중독 초기 증상이었죠.ㅋㅋ

예전부터 어머니께서 간장과 식초에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를 담그시고는

"큰애야..이거 많이 먹어라. 혈액순환에 그렇게 좋다는구나"

하실 때도 한사코 싫다며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마침 마누라가 어머니께서 만드셨던 것과 똑같이 담가서
내어놓길래 먹어 보았는데 이미 양파즙으로 단련된
미각은 초간장에 담근 양파절임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받아들이더군요.

그 많은 양파즙을 혼자서 다 먹었더니
엊그제 또 한 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에그~ 저런 사위가 도대체 어디가 이쁘다고"

툴툴거리는 마누라의 말에

"그러게..내가 생각해도 이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말야..(우히히 <---요건 속으로)"

장모께서 그간 개소주니, 자라즙이니
여러가지 보약을 해 주셨지만
제가 워낙 보약을 싫어해서 먹지 않는 바람에
모두 내다버렸던 일을 아는 장모께서
양파즙을 좋아해서 사위가 금방 다 먹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신이 나셨는지 또 보내신 겁니다.

양파즙을 보약의 개념이 아니고
식품의 개념으로 대하니 아마도 거부감이 덜 들어서
잘 먹게 된 것 같습니다.

효과는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좋아진 느낌이 어렴풋이 들긴 합니다.

부실한 사위놈이 뭐 하나 제대로 해 드린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내리사랑이란 말이  맞나 봅니다.
장모님 감사해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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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 靑竹님.....몸 많이 좋아지셨겠네요^^
    이젠 밤이 두렵지 않으시겠...ㅡ,.ㅡ;;;;;;;;;;;
  • 靑竹글쓴이
    2008.9.19 16:30 댓글추천 0비추천 0
    켁~~ 그럼 비아그라 제조사 망하게요?
    밤늦게 컴터를 하다가 마누라가 밤화장을 하고
    힐끗 쳐다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ㅡ,.ㅡ
  • 간장, 식초에 한 양파짱아치(맞나요?)는 피자먹을때도 피클보다 훨씬 개운합니다.
  • 靑竹글쓴이
    2008.9.19 16:3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똥글뱅이님.
    고깃집에 가면 내어놓는 양파절임과 맛이 비슷한데
    잔차를 가끔 같이 타는 거구의 사나이가 하나 있는데
    그냥반 그걸 엄청 좋아해서 입이 벌어질 정도로 잘 먹더군요.
  • 하하 부럽습니다. 울 장모님은 그런거 안해주던데요..
    양파도 좋지만 자전거타고 땀흘리는 것만 못한 것 같아요..
  • 靑竹글쓴이
    2008.9.19 16:40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야 물론이죠.
    그런데 저는 잔차질이 넘쳐서 탈이죠.ㅋㅋㅋ
  • 흐미 청죽님 양파즙 무지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아흐 나눠 줘요...ㅋㅋㅋ
    나는 이쁜구석이 없나 왜 아무도 안해주지 이쁜구석이 없나부다...
    부럽습니다. 청죽님...
  • 靑竹글쓴이
    2008.9.19 16:57 댓글추천 0비추천 0
    장모님을 바꾸면 되지 뭘 그렇게 고민을 하십.....(헉)

    =3=333=33333=333333333333333

    아참..선인님 오랜만유^^
    다들 별고 없으시쥬?
  • 쭈꾸미도 양.파..를 좋아혀유....(사람 양파도 좋아허구유..^^)ㅎ
    중랑천 갈대숲에 살짝 숨겨 놓으시고 제게 쪽지 좀 주셔유...아..요즘 왤케
    몸이 부시시해지는지...^^
  • 청죽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꾸면 전체 전부를 바꾸야 되는디 불가능 합니다.
    중량천에 숨겨 두시고 저에게도 쪽지좀 주셔요...냉큼 달려가 마시고 오게요...ㅋㅋㅋ
  • 장모님 계신 靑竹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결혼 초엔 마누라가 김치 깍두기등
    거의 모든 반찬에 양파를 넣어서 싫어했는데
    요즘은 양파가 참 좋아졌습니다.

    양파와 매운 고추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맛이 없는 것 같더군요.
  • 이제..거의 칠순을 바라보는 저의 큰누님 부부는.....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큰 아들의 권유로...용인 어느 곳.. 산기슭에 가건물을 설치해 놓고...
    양파를 까서 납품하는 일을 하십니다...

    컴프레셔의 강한 바람으로 껍질을 날려 보내고....깨끗한 것을 추려 상품가치가 되는 것을
    선별...박스에 담아 놓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
    누님 댁에 인사를 가면....망태기에..하나 가득...양파를 챙겨서 차에 실어 줍니다...
    더불어..감자까지....그래서 거의 사먹는 일이 없었습니다.

    원래 양파와 감자를 제가 무척 좋아하는 합니다

    헌데...이젠....
    그것도 일거리가 떨어져(??) 예전만 못한가 봅니다...
    지난 추석에 갔을 때....창고에는 산같이 쌓여 있던 양파박스가 안보이고....
    겨우..(??) 열댓개..들어 있는 양파만을 실어 주면서....
    "에고...이젠..이것도 일거리가 없어서..못하겠다..." 하십니다...

    그나마 그 일로..주변 동네 분들의 부업으로.....꽤 괜찮은 수입이었는데....
  • 저도 장모님께서 양파즙 한박스를 보내주셨는데, 베란다에 쌓아 놓고 입에 대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가 고혈압에 고지혈증의 진단이 나왔는데, 당장 오늘 저녁부터라도 하나씩 먹어야겠네요..
  • 靑竹글쓴이
    2008.9.19 18: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인님은 그 괴력에 무신 양파즙까지..ㅋㅋㅋ
    배삼룡 선생의 후계자인 저같은 사람이나 먹는 거죠.

    수카이님. 저는 쭈꾸미를 엄청 좋아하는디 바꿉시닷!!!(엥?)

    선비님께서도 많이 드십시오. 실제로 좋았으면 좋았지
    해롭진 않을 겁니다.

    풀민님 덧글을 읽다 보니
    '농자천하지대본'의 전통 가치가 진즉에 무너진 게 느껴져
    서글픔이 밀려오는군요.
  • 靑竹글쓴이
    2008.9.19 18:12 댓글추천 0비추천 0
    날으는돈까스님.
    파우치 형태의 포장이라 베란다에 두셔도 괜찮을 듯싶지만
    그래도 저는 혹시 몰라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그 아까운 걸 여태 안 드시다니요.ㅋㅋ

    (스카이님 중고장터 기타란에 '양파즙 구합니다'하고 올리시면
    돈까스님과 잘만 하면 거래가 성사될 느낌이 팍..)
  • 청죽님 포장은 튼실해 보이지만 속은 유통기한이 한참지났습니다.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서라도 먹어야 되는데 집에가서 생 양파라도 먹어야 겠네요...ㅋㅋㅋ
  • 부럽습니다.
    챙겨주는 장모님이 계시니...
    몸에 좋은양파 많이 잡수시고 건강하세요.
  • 가.만.....장모님 선택을 한 분으로
    하는 것 보단,
    두 분으로 하는거이 일거양득~!!! 다득취심~!!!^^....역쉬~쭈꾸미....머리 살아있어...차카게살자.....>.<:::
  • (수카이님!!!!..하나라도 제대로....쯧쯧!!!!!)
  • 으흐흐흐흐....풀.민.이.성.......몰.~러~유~!!!(앙.탈.모.드.....>.<:::푸~힛~)
  • 혼자 먹으면 나빠요~~~~~
    농가 뭅시더....ㅜㅜ
  • 어렸을적엔 양파,파,마늘 을 그렇게 싫어했었는데...(어무니가 몰래 먹이려구 갈아놔도 골라낼 정도였으니까요...)지금은 없어서 못먹어요..ㅠㅠ
    양파가 성인병 예방에 그렇게 좋다는데...
  • 양파가 먹고싶네요
  • 전 사먹었는데...??농산인가? 먹을 땐 확실히 좋더군요.
    공동구매 하면 저도 살께요. 어차피 먹을거면...
  • 요즘 청죽님 글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네요. 읽으면 훈훈해지는 느낌과 건강정보까지...^^
  • 내는 청쭉님..ㅋㅋ

    글에 중독이 되어가지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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