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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을 당하지 않아도 탈이다

靑竹2008.09.18 19:35조회 수 114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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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변의 갈대숲도 밑둥부터 서서히 갈색으로 변해가는 게
가을이 깊어감을 나타내건만 왜 이렇게 덥다냐..헥헥



'갑자기 머리가 왜 시원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를 더듬다가 깜짝 놀라
옆에서 달리던 갑장께 소리쳤다.

"허~ 커피를 마시던 자리에 헬멧을 놓고 그냥 왔네요"

그런데 이런 장면에선 의당 '푸하하핫' 하고 웃으면서
날 놀려야 정상인데 말없이 앞서서 유턴하는 갑장의 표정이
엷은 미소를 띠었을 뿐 사뭇 진지한 게 외려 찜찜하다.

'음..저냥반이 날 놀리지 않고 저렇게 진지한 건
혹시 내 건망증을 치매로 보고 저러시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뭐 크게 자신은 없지만
아무래도 오해일 확률이 높은데?'

단속이 한층 심해진 탓인지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천변의 노점상들이
요즘은 거의 자취가 안 보인다.

삼복의 폭염을 무색케하는
이름뿐인 가을날인 어제의 폭염에
한강으로 향하는 중랑천길을 달리는 내내
머리에 눌러쓴 헬멧이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타는 듯 따가운 햇살에 잠시 그늘을 찾던 중,
마침 노점상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잔차를 대고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잠시 쉰 다음,
1킬로미터 정도 달리다 헬멧이 생각나 부랴부랴 되돌아갔더니
벤치에 헬멧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다시 한강을 향하여 3~4km정도 더 달렸는데

"청죽님"

"네?"

"혹시 커피 값 내셨어요?"

"내가 낼 사람유?"

"헉! 저도 안 냈어요!"

"이런..그런데 그 쥔장은 우릴 두 번이나 보고도
왜 돈을 달라지 않았을까요?"

"그냥반 증상도 우리와 비슷한 거 같습디다"


'쩝..이냥반이 아까 날 놀리지 않고 사뭇 진지했던 이유는
동병상련하는 마음에 기인한 거였구나..흑흑 우리 어떡햐'


대충 헤아려 보니 십여 년 잔차질을 하면서
라이딩 중 헬멧을 쉬던 장소나 식당 등에
놓고 나온 일이 족히 여나므 번은 되는 것 같고
배낭을 놓고 다닌 것도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중, 산정에 배낭을 두고 내려온 일이 두 번인데
그때마다 배낭을 되찾으려 능력을 초월한 업힐로
그야말로 게거품을 물어야 했다.

꼴에 잔차를 손본답시고 림브레이크를 푼 다음
브레이크를 조립하지 않고 풀린 채로 그냥 달리다
돌발상황 앞에서 기대했던 제동력이 생기지 않자
황급하게 길옆의 풀밭으로 다이빙한 일도 있었다.


일행들이 대체로 증상이 이러니
예전에 송추정신병원의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업힐을 하러 갔을 때 그 길을 처음 가 보는 선두가

"왼쪽 길유 오른쪽 길유?"하고 묻자

일행인 아지매 한 분이

"호호호 일행들 상태로 봐선 오른쪽이 맞는데
예약들을 안 하셨으니 오늘은 그냥 왼쪽으로 가세요..호호호"

하며 조언을 해 준 덕에
정신병원 단체 입원을 모면한 일이 있다.

뚝섬으로 한바퀴 돌아오던 길에
그곳에 들려 커피 한 잔씩 더 청해 마신 다음
아까의 외상값이라며 돈을 더 지불하자
기억에 없다며 깜짝 놀란다.

계절이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요즘처럼 갈팡질팡 방황하는 시절엔
애꿎은 건망증(죽어도 치매는 아님) 환자만 양산되나보다. 케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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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車路) 하나를 잔차에게 ! (by 이상발) 공익이 입니다 저녁에 같이 자전거타실분~!! (by 박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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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청죽님과 같은 증세를 重하게 앓고있는 저로서는,
    늘..자주 잊고 분실도 잦습니다. 송추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믄 거은 외부로 나오기가
    힘들다카든듀...잔차 갖고 입원을 허고 싶은디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서
    입원 안하기로 혔씨유...^^

    요즘 낯 기온이 정말 덥더군요.
    기본이 30도이니까요.

    지방에선 밭작물들이 고사 되어 피해를 입는 일도 생긴다고 합니다.

    허긴....뭐....제 마빡의 멀숱도 요즘 뜨거운 뙤악볕에,
    고사 되어가고 있으니끼니유...>.<..ㅎ.

    평안하신 저녁시간 보내세요...^^
  • 비오는날 진흙탕길을 뒷산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등거리가 허전헌것이...-_-;;
    베낭을 놔두고서....... 닝길 베낭에 거시기가 많이 들었었는디..-_-;;
    입에 게거품인지 흙탕물인지 모를 액체를 질질 흘리면서...
    등산객이 많은 곳이라서 없어질줄 알았는데....

    뭐 살다보면 거시기 헌날도 있것지유!!ㅎㅎ
  • ㅋㅋㅋ 그 아져씨.. 혹시.. 헬멧이 담보??로 잡힌걸 이미 아는 센스장이 아니실까요...

    민망하실까봐.. 이자.. 뭐.. 그런거.. 모른다고.. 건망증이신척 하는...

    뛰어난..? 인격? 네지는 혹은 상술? 의 소유자이신듯 합니다..

    암튼.. 센스장이로 보입니다..
  • 이런 글 읽을 때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려 나만 그런게 아니구먼~~)
  • 얼마전에 남해에 가서 옆지기가 헬멧을 잊어버리고 두건만 쓴채 라이딩을 하더군요
    배낭도 잊어버리고 찾기를 몇번이나 하였습니다
    나날이 더하는것 같아서 물가에 내논아이처럼 걱정입니다
  • 절대로 벗지 않는것도 좋아유...ㅎ

  • 로그인을 안할려고 했더니~~
    저는 요즘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일이 잦아졌는데
    주로 집에서 그렇습니다.

    아직 저의 증상은 양호한 편이네요^^
  • 그런 증상은 여러번 겪습니다.
    식당에다 전화놓고오기. 여행중 여권및 지갑 호텔예약증 등 중요문서 두고 십분정도 달리다
    다시 찿아서 오긴하였지만 머리에서 여러생각나게 한 여러건의 일들이 스쳐지나갑니다.
  • 거 ~ 치매 0.5기 맞는데~ ?
    저희 어무니 말씀이 저눔은 고추와 탱자는 차고 다니닝깨 안 잃어묵제 ~~
    할 정도로 저도 건망증이 심하지만 배낭과 헬멧은 한번도 어데 놓고온적 없습네다.
    하지만 천재들은 건망증이 심하다는데 혹시 천재 ?
    글재주만 봐도 그런 기질이 보이는데 ....
    그라구 그런사람중엔 곱슬머리와 AB 형 혈액형이 많다는데 혹시 청죽님도 ?
    일전에 명작사진 언뜻 기억나는데 곱슬머리가 아니구 뭐시냐 ?
    그링깨 산적 ? 아니 의적 임꺽정거티 그런..
    아무튼 1기로 악화 되심에 조심하시구 매사에 차분할려고 노력해보세요 . ㅋㅋㅋㅋ
  • 저도 사실은 반곱슬에 거시기 형입니다.
    근디 저는 제가 싫습니다.
    아무리 통계학적으로 나온 데이타라해도
    거 뭐 천재아니면 바보 .
    반곱슬과는 상대도 말라 .
    이런저런 따위가 기분 나쁩니다.
    다른형도 일장일단 이 있다지만 ...
    좌우지간 워찌보면 자기가 잘났다는
    교만자도 있고
    그 반대도 많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만은 예수님도 용서치않은
    큰죄 랍니다.
    우리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도록
    노력합시다.
    워째 글이 이상한 방향으루다..
  • 靑竹글쓴이
    2008.9.19 14:05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늘기둥님^^
    저는 곱슬도 아니고 혈액형도 A형이랍니다.
    ㅋㅋㅋ 저야 바보쪽에 가깝습니다만,
    천재와 바보의 행동양식이 많이 유사하다는 데서
    위안을 찾습니다.ㅋㅋ
  • 그렇군요.
    근디 저만 뽀록 났군요.
    하지만 저의 유도심문에
    청죽님이 걸려 드었다는거 ...ㅋㅋㅋ
    안 곱슬에 A 형.
    비밀은아니지만
    거의가 자기 혈액형 밝히기를
    꺼려하는디..ㅋㅋㅋ
    저는 지우면 되지만
    청죽님은 못지우지롱~ 지송
  • 靑竹글쓴이
    2008.9.19 18:14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 못 지우지롱? 걸렸나 보다)

    지가 원래 미끼도 없이 바늘만 담그면 덥썩 무는
    학꽁치처럼 잘 걸려듭니다..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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