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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놀이

벗님2007.03.27 21:32조회 수 739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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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  칙칙폭폭~~
기관차는 제일 앞에 있지만 소리는 전체가 냄니다.

담 모퉁이를 돌고, 언덕을 넘어 밭고랑을 지나고 동네어귀 느티나무 쉼터에 이르면 아득한 뒤편에 조금 전에 출발했던 우리 집이 뽀얀 꼬리를 길게 늘이고 저녁진지를 준비합니다.
아이들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은 턱까지 차오는데 양 볼이 볼그스럼 해진 막내아이 까지도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잘도 달림니다.

놀이라는 게 별로 없었던 어린시절 불 아궁이 앞에서 자리다툼을 하던 아이들이 좁은 부엌에서 성가시게 굴면
어른들은 곧잘 제일 큰 엉아를 시켜서 기차놀이를 시키곤 하였습니다.

기차놀이는 어린꼬마로부터 제일 큰 엉아까지 함께하여 양끝이 모아진 새끼줄 속에 들어가 제일 큰 엉아가 앞장서서 기관차가 되고 둘째 엉아가 제일 뒤에 서서 차장이 되고 올망졸망한 어린동생들이 중간에 서서 객차가 됨니다.

기관차가 너무 빨리 달리면 객차가 넘어지고, 너무 늦게 달려도 재미가 없고 뒷 객차가 앞 객차의 발을 밟게 됩니다.
이럴 때는 뒤편의 차장이 새끼줄을 당기거나 늦추어서 속도를 조절합니다.

우리는 이런 놀이를 통하여 어릴 때부터 생명 없는 새끼줄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읽고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고 힘껏 내달리고 싶은 큰 엉아는 절제의 미덕을 배웠고 맨 뒤쪽의 둘째엉아는 전체를 통제하는 지혜를 배웠으며 가운데 어린 동생들은 혼자 달릴 때보다 함께하면 더욱 안전하고 멀리 달릴 수 있다는 협동심을 배웠습니다.

이때, 어느 하나가 힘들거나 답답해서 새끼줄 밖으로 나가서 행렬이 무너지면 그것은 기차놀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허접한 기량이지만 앞뒤의 큰 엉아들이 계시기에 매번 불가능해 보이는 번개에 용기를 내어 참석하고, 참여한 번개에서 때로는 못 견디게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후회도 해보았고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돌아오지만 그 시간이 무엇보다도 즐거웠고, 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보면 평생을 함께해온 옆자리의 아내보다, 오늘 번개에서 앞뒤를 이끌어주시든 선배님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고맙게 느껴지곤 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일천한 경험이지만 처음 자전거를 시작하시는 분께 이렇게 말합니다.

“자전거는 혼자하면 하나의 즐거움을 얻지만 둘이하면 두 배의 즐거움을 얻으며 셋이 하면 세배의 즐거움을 얻는다.” 라고,
그 이유는 각자가 자신의 힘으로 달리는 것 같지만 함께하는 모두가 한 개의 끈으로 묶어져 서로를 당기고 밀어주는 힘이 존재하는 팀 라이딩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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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글 잘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정경이 떠오르는군요.

    동화로 시작해서 심오해지기까지....

    한 가지
    습니다. <=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요?
  • 팀 라이딩은 자신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구름선비님 맞습니다 ㅎㅎ
  • 벗님글쓴이
    2007.3.27 22:20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과연 선비님 다우신 지적이 심니다.
    눈도 가물 가물 하고 더욱이 맞춤법에는 감각이 없는 쉰 세대라서 항상 실수를 범함니다.

    요량하시고 뜻만이라도 가름해 주시길 바램니다.
  • 구둘짱과 아궁이가 있던 어릴적 생각이 아른 거리네요...
    글이 정감가는 내용으로써
    좋으신 말씀으로 꽉 차있습니다....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늘...건강 하시고 안,즐라 하시길 바랍니다....^^
  • 기차놀이에도 그런 삶의 지혜가 숨어있었군요..... 아이들에게 한번 써먹어 봐야 겠습니다....,, 근데 요즘아이들이 기차놀이를 알까? ㅠㅠ
  • 전 남대문놀이?? 그게 생각나네요...
    동~동~동대문을 열어라~~남~남~남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 벗님의글이 우리내 물질보다 더욱 소중한시절에 삶을 살던시절을 생각하게하시내요 ^^*
    부루수리님 요즘아이들이 12시가되면 왜 ? 문을닫는지 모를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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