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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초원 자전거 투어 보고서

dslee2005.07.28 16:28조회 수 78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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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0일부터 27일까지 한 주일 동안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와 테를지 일대를 자전거로 돌고 왔습니다.
몽골의 울란바타르대학교의 한국문화연구소를 방문하여 한국의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간의 교류 문제를 협의하고, 각종 발간 자료 교환이 주된 방문 목적이었습니다. 울란바타르대학교는 유능한 한국인 총장에 의해 운영이 되고 있는 몽골의 발전하는 대표적 사립대학입니다.

저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전거를 갖고 갔습니다.
몽골의 대초원에서 타는 자전거,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지 않습니까?
첫날은 울란바타르대학교에서 총장과 연구소 소장 등을 만나서 일을 보고, 둘째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단단히 준비를 하고 울란바타르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이번 라이딩 코스는 총 200km 정도의 구간입니다.



몽골의 7월 하순은 한낮에 섭씨 38도 이상 올라가는 고온이나, 아침 저녁으로는 17도에서 22도 사이의 약간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였습니다.
첫번째의 사진은 울란바타르를 출발하여 교외의 도로에서 라이딩 시작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 도로를 통하여 몽골의 유명한 국립공원 중 하나인 테를지를 향해 가는 길입니다.
편도 80km의 구간입니다.



이제 방금 출발했습니다. 해외에서 첫 라이딩을 시도하는지라 가슴 속은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통행도 한적하였고, 선선한 바람과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쾌적한 공기에 매료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페달을 밟고 또 밟았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광막한 대초원에 금빛 찬란한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밝아왔습니다.
소와 말, 염소와 양, 야크와 낙타 등이 뒤섞여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풀을 뜯다가 낯선 길손의 동작에 힐끗 고개를 들고 쳐다보더니 다시 풀을 뜯었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 어울려 있어도 전혀 다투거나 영역싸움을 하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평화롭고 환상적인 몽골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집은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적인 주거 가옥인 양털천막집 게르입니다. 펴고 걷는데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요. 비옥한 초지를 따라서 이동할 때 매우 요긴한 방식입니다. 그 내부에는 두 개의 장롱과 서너개의 침대, 그리고 중앙에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연료는 대개 건조시킨 말똥이나 소똥을 땝니다. 이 연료를 '아르갈'이라고 합니다. 아르갈을 태워서 난방과 취사를 모두 겸하지요.



한참을 달려 가다가 완만한 업힐 코스를 만났습니다. 비록 완만하다고 하지만 몽골의 평균 고도는 1850m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고도는 1990m가 넘었습니다. 너무 세차게 페달질을 하면 금방 두통이 느껴지고 숨이 가빠옵니다. 그저 느긋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밟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렇게 달려간 첫번째의 고갯길 언저리에서 몽골의 전통적인 서낭당인 '오보'를 만났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삶의 안녕과 축복을 기원하는 경배의 장소이지요. 나그네들은 이 장소에 이르러 왼쪽으로 세 바퀴 돈 다음 마지막에는 돌 한 개를 집어서 던지며 마음 속으로 너무도 진지하게 자신들의 소망을 발원합니다.



돌무더기 틈에는 돈과 사탕, 술병, 양의 머리, 사랑하던 말머리뼈 등을 놓아 두었습니다. 몽골인들의 가슴 속에 깃든 소중한 정신의 고향이지요. 푸른 천은 '하덕'이라고 부르는데 숭고한 하늘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득한 초원의 어느 한 곳에서 몽골인들의 영생의 쉼터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공동묘지이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무척 을씨년스럽습니다. 모든 죽음의 터전은 그렇겠지만 이곳도 독수리와 지나는 새들이 날아와 한참씩 앉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떠나갑니다. 어린 아기에서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난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아름다운 조국의 품에 묻혀서 흙이 되었습니다.


몽골 테를지 가는 길 주변의 톨강 상류입니다. 톨강은 울란바타르 시내를 거쳐서 흘러갑니다. 몽골의 강은 대부분 자연적 물흐름의 방향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전형적인 사행천의 구불구불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강 주변으로 버들 숲이 돋아나 있습니다. 이런 강을 따라서 신발 신은 채 자전거를 메고서 물길을 첨벙첨벙 건너는 라이딩도 참 재미있을 듯합니다.



두 번째의 제법 경사가 느껴지는 업힐 코스의 마지막 정점입니다.
저를 태우고 이 높은 곳까지 묵묵히 달려와 준 자전거가 너무 고맙습니다. 마침 신의 나무라고 일컫는 자작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어서 저는 자전거를 자작나무에 잠시 기대어 놓았습니다. 자작나무는 하얀 등걸의 눈부신 자태가 특히 아릅답습니다. 몽골사람들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자작나무의 가는 허리가 가장 신비스럽고 어여쁘다는 말을 합니다.



초원 주변에서 만나는 노년기의 암석 산들이 참 푸근한 느낌을 줍니다. 저런 산들의 언저리로 자전거를 몰아서 한바탕 달려 올라갔다가 다시 휘돌아 내려오는 것도 흥겨우리라 여겨집니다. 몽골은 그야말로 국토 전체가 자전거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말 가는 길은 그대로 자전거로 달리기에 최적의 코스입니다.



다음 장면은 울란바타르에서 80km 떨어진 테를지 국립공원 내부의 환상적인 자전거 라이딩 코스입니다. 원래 이곳은 주민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동차도 다니는 넓은 길이 되었습니다. 몽골 초원의 길이란 가는 곳으로 길이 형성됩니다. 수천년 전부터 조성된 이런 길이 몽골의 전역에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표지판도 거의 없습니다. 나침판이나 별, 해 따위를 보면서 방향을 짐작해 나아가야 합니다.



테를지의 깊은 골짜기에서 마주친 짐승들의 겨울 축사입니다. 한 겨울 추위가 보통 영하 40도 전후이며, 심할 때는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1980년대의 어느 해에는 심한 추위로 소와 말이 수십 만두 얼어죽었고, 그 때문에 몽골 경제가 휘청해졌었다는 기록을 보았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두려워 하는 그 추위 때문에 지붕을 쇠똥으로 덮었습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군요. 몽골에서는 쇠똥이 땔감이라든가 건축재료로써 이처럼 요긴하게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무가 없는 국토 최남단의 섬 마라도와 북한의 개마고원에서 주민들이 쇠똥을 연료로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테를지의 품 속으로 약 20km를 깊숙히 들어가다가 어느 쓸쓸한 게르를 만났습니다.
방금 다른 지역에서 약 20km를 이동해 온 유목민 가족이었지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젊은 부부였는데, 아직 이삿짐을 채 돈하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낙네는 하던 일손을 멈추고 곧장 전통음식인 야쿠르트와 마유주(아이락), 기타 우유과자 등을 꺼내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몽골인들은 자기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어서 환대를 해줍니다. 물론 여기엔 작은 답례가 있어야겠지요.
제가 안고 있는 작은 동물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된 어린 양의 새끼입니다. 눈빛이 너무 양순했습니다. 워낙 다리 힘이 없어서 녀석은 뒤뚱거리며 걸어다녔습니다. 꼬마녀석들이 번갈아가며 갖고 노는 살아있는 장난감이기도 했지요.



몽골 국민들의 주식은 양고기와 쇠고기입니다. 여기에다 이따금 말고기와 야생설치류의 일종인 '타르왁'을 즐겨 먹습니다. 구이보다는 삶은 고기를 즐기는데 요리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양고기를 불에 달군 돌과 함께 알루미늄 우유통에 넣어서 익히는 방법인 '하르헉'도 매우 담백하고 맛이 좋습니다.
다음 사진은 울란바타르의 재래시장에서 말고기를 거래하는 상인들의 모습입니다.



도합 6박7일의 몽골 대초원 자전거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몽골 고원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산천, 너무도 환상적인 자전거 투어 코스를 품고 있는 몽골!
이런 비경을 왈바의 여러 다정한 님들께서 적절한 시기에 한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현재 왕복 비행기 삯은 비자 포함 70만원 정도, 가이더와 차량 대여료 및 숙박비로 약 50만원 정도면 3박 4일의 깔끔한 자전거 투어를 다녀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사에 위촉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겠지요. 몽골 투어를 계획하시는 분들께 아무쪼록 이 글이 유익한 자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뿌리가 서려있는 몽골을 자전거로 직접 누비며 역사의 물줄기를 더듬어 보는 것도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몽골항공 비행기의 꼬리 부분에 그려진 로고입니다.
몽골인들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말과 더불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을 타고 이동해 다니며, 말을 잡아서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과 생활도구들을 만듭니다. 말의 속도를 이용하여 축제에서의 경기를 진행하고, 말과 더불어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마두금(마르호린)이라는 악기 위에는 말머리를 조각하여 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시합니다. 그 악기로 말에 대한 노래를 밤을 새워서 흥겹게 엮어 갑니다.
이처럼 그들의 삶 주변에는 언제나 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몽골항공의 로고가 말로써 밑그림이 된 것도 자연스런 이치에 속하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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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안그래도 영구가 져지 드린다고 전화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좋은곳에 다녀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 여기가 바로 자연 그래로의 모습이군요. 어릴적 소먹이러 가서 본 가을하늘과 똑 같습니다.
    아!.. 몽골 혼자다니기엔 너무 쓸쓸해 보이고 3~4인조가 되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 좋은 사진들이 교수님의 글에서 더욱 빛을 바라네요^^

    다음엔 저도 교수님가 함께 했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이동순 교수님 반갑습니다.
    영대 학생인데요 이번 2학기 시간표 보니까 이교수님 수업은 인터넷 강의 밖에 없으시던데요...
    인터넷 상으로 교수님 뵈어야 할 듯 하네요^^
  • 푸른 초원이 넘 좋습니다~~
  • 와...정말 너무 좋은 경험을 하시고 오셨군요~!
    그 끓어 넘치시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저런데한번가보고 싶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교수님의 열정이 묻어나는 후기와 사진 잘 읽고 보았습니다...
    작년 실크로드에 이어 몽골....푸른하늘과 드넓은 초원을 보니 가슴이 시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오프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꾸벅!!!!
  • 수강신청하겠습니다..^^;;;; duffs82(인덕)랑..***

    글 속에서 자연이 묻어 나옵니다.. 캬~~~~~~~~~~
  • Tom
    2005.7.28 23:19 댓글추천 0비추천 0
    수고하셨습니다....너무 멋있네요...8월 6일 토요일 칠곡 라이딩에 오시기 빕니다....^^
  • 존경하는 스승님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 못난 제자도, 스승님을 따르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 좋은 곳에 다녀오셨네요.
    우리가 이렇듯 자전거에 열광하는 것도 면면히 흐르는 기마민족의 피 때문이겠지요.
    말(馬)! 우리의 영원한 원형.
  • 그래서 전화 안받으셨군요ㅎㅎ
    저 끝없는 초원을 내달리고 싶습니다^^

    토요 라이딩..주 오일 근무는 언제ㅠㅠ
  • 교수님 !
    영대 #에 크랭크 안전등 (?) 가져다 놓았습니다.
    요긴하게 쓰시고,라이딩중에 소똥과말똥 밟지 않으셨나요.밟으셨으면 운수대통 입니다.
  • 대단하십니다^^전 그넓은 초원에 맹수가 나타날까봐 엄두도 못낼것 같은데**
    라이딩의 진수를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교수님의 용기에 감탄뿐입니다**
  • 교수님,, 안녕하세요,, 힘줄입니다..
    또 한번 놀랍니다... 화이팅입니다..
  • 캬~ 멋지십니다. 요즘들어 티벳이나 몽골에 너무 가보고싶어요. 힘줄히야 내캉 갈랑교?
    교수님 너무 멋지십니다.
  • dslee글쓴이
    2005.8.1 1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답글 주신 님들, 읽어주신 모든 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정말 대단하세요~ 그리고 너무 멋지고요~ ....더위가 장난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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