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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을 가다

지리산2005.06.01 22:21조회 수 607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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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 친구들끼리 만든 산악회에서 5월 마지막주 주말인 28일 저녁에 만나 다음날 아침 민주지산에 오르기로 했다. 모두들 결혼을 한 지라 언제나 그렇듯 가족을 동반한 산행이다. 제일 어린 애가 일곱살. 어린 애들이랑 같이 산행을 하다보면 제대로 걷기는 어려워서 산행만 생각한다면 약간은 불만스러운 면이 없지도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먼저 튀어보기로 했다.
28일 아침 일찍 나 혼자 출발하여 먼저 민주지산 종주를 하고서 민박집을 잡아놓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하여 일이 있어 나와 같이 출발하지 못한 우리 가족은 다른 회원의 차를 타고 나중에 오기로 했다.

민주지산(岷周之山·1242m)!
진작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못가다 드디어 가게 되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산이라는 것과 덕유산과 황악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자리잡은 삼도봉 능선을 거쳐간다는 사실이 벌써부터 나를 설레게 한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을 밟는다는 흥분과 기대, 그리고 약간 어드벤처가 그 안에 들어있어 정말이지 멋진 여행의 조건은 제대로 갖춘 셈이다. 캬캬~~

내가 갖고 있는 한국의 100명산 지도와 한국의 산하 사이트에 올려진 민주지산 지도를 비교해보니 한국의 산하 지도가 더 최근 것이다. 그래서 지도 하나와 간단한 안내서를 출력하고서 예상 코스를 뽑아들었다.






<코스> 물한리 계곡 주차장에서 출발 -- 황룡사 -- 쪽새골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주차장.

이 코스는 예상 등반시간을 5 ~ 6시간 정도로 잡고 있는데 글쎄다. 아무런 문제없이 순조로운 일반 산행일 때 그렇다는 말이니까 나는 여기에다 두시간 정도를 더해야 정상적인 시간이 나오지 싶다. 게다가 나는 이번엔 하드테일을 갖고 가는게 아니라 13kg을 넘어가는 풀샥이 아닌가 말이다. 흐음~ 이거 험한 산에 가는 것이다보니 타고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갖고 간다는 말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ㅎㅎㅎ.

아침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7시간 이상이 걸리는 산행이 되다보면 준비가 조금 철저해야 한다.
이것 저것 챙기다보니 배낭 무게가 7kg에 이른다. 이거 장난 아니다.

5월 28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차에 오른다. 6시 30분.



출발시간을 남기기 위해 차에 있는 시계를 사진으로 남긴다.
아차차! 이놈 하나를 찍고 나니 배터리 잔량 표시가 액정화면 아래에 찍힌다. 아이구야! 이러면 20장 이상 찍기가 어려운데..... 게다가 이젠 충전할 시간도 없다. 그냥 출발하는 수밖엔... 청통 와촌 IC로 올려 황간 IC로 내린다. 물한리 계곡 주차장에 8시 도착. 8시 10분에 잔차에 오른다. 카메라 배터리를 빼고는 모든 게 순조롭다.


민주지산(岷周之山·1242m)
민주지산은 충청도쪽에서는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동국여지승람에는 민주지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白雲山)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민주지산이라는 이름은 왜정시대 지도를 제작할 때 민두름산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잘못 굳어진 듯. 특히 삼도봉은 충청, 전라, 경상 삼도의 분기점이 되는 봉우리다. 백두대간 본줄기에 속하는 이 삼도봉에서 석기봉(1200m), 민주지산(1242m), 각호산(1176m)로 이어지는 늠름한 산줄기가 뻗어나간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었던 민주지산은 충청, 경상, 전라 3도 방언권은 물론 풍습과 음식, 문화 등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삼국시대에 이 민주지산을 중심으로 한 신라의 금물현(김천)과 길동현(영동), 소라현(황간)과 백제의 무산현(무주)의 경계를 이루었던 이곳은 신라와 백제가 힘겨루기를 했던 격전지였다.

민주지산(岷周之山)은 민주(民主)와 음이 같아서 사람들에게 민주지산(民主之山)으로 불리기도 하는 산이기도 하다.





낙엽송 솔숲 갈래길에서...... 이곳에서부터 민주지산 정상까지는 끝없는 너덜지대 오름길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민주지산에 오르는 도중에 만난 사람은 6명으로 구성된 일행 하나와 부부로 보이는 두사람이 전부일 정도로 한적해서 좋았다.


마침내 민주지산 정상에 서다.





멜바.... 멜바.... 새로 장착한 신무기인 멜빵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놈 아니었으면 산행을 끝낼 수 없었을 듯.....

작년부터 장착(?)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이제껏 미뤄오다 이번에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하드테일로 다녔기에 그럭저럭 버틸 수도있었지만 이번엔 둘러메기에도 불편한 풀샥인데다 무게도 부담스럽다. 한쪽 어깨로만 둘러메고 다녀온 소백산 백두대간 코스 산행 뒤에 겪은 왼쪽 견갑골 아래쪽 통증을 떠올리면 지금도 끔찍스럽다.

장시간 멜바에서 멜빵이 없을 경우 오른쪽 어깨로만 메는 상태가 계속되는데 이 경우 메는 쪽의 반대쪽인 왼쪽 어깨 아래쪽 견갑골 부위 근육과 왼쪽 목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이는 산행 후의 후유증을 동반하는데 통증이 여간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웬만한 스트레칭으로는 풀기 어려워진다. 지속적인 스트레칭과 목욕요법 등과 같은 물리치료가 필요한데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멜빵을 달게 되면 일단 양쪽 어깨로 교대로 메고 가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특히나 이번엔 좁은 싱글이 대부분인 산행이라 멜바가 거의 1/4 정도를 차지한 듯. 나머지 2/4는 끌바.... 어쨌거나 이번 산행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은 단연 멜빵이었다.


민주지산에서 석기봉 쪽으로.....

저기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석기봉이고 왼쪽으로 굽어가는 쪽이 삼도봉 쪽이다.


석기봉 가는 길.


석기봉 가는 길의 철쭉.

이곳 민주지산 철쭉들은 산을 찾는 이들에게 잘 보이려는 듯 등산로 옆으로 늘어서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절정을 약간 넘긴 듯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석기봉 돌아가는 길에 쉬면서.....

석기봉을 눈앞에 두고 길다랗게 늘어뜨린 밧줄 하나를 만난다. 경사가 장난 아니어서 '석기봉 돌아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돌아갔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석기봉을 돌아서 합류하는 길의 표지판이 너무나 애매해서 대불리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들게 되었다가 나중에 되돌아 올라와야 했는데 너무나 험한 길이어서 돌아버릴 뻔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믿을 게 못 되는 등산로 안내표지다. 게다가 그곳은 능선을 조망할 수 없는 곳이어서 아쉬움은 더했다.


석기봉 아래 삼두마애불에서.....

대불리에서 올라오는 길에서 다시 석기봉으로 되돌아가던 중에 만난 삼두마애불. 삼두일신마애불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몸체 하나에 위로 머리가 나란히 셋이 얹혀있다. 마침 이곳에 치성을 드리러 온 일행을 만났는데 이분들 말에 따르면 이 마애불은 우리 삼신사상을 표현한 것이며 그래서 더욱 영험하단다. 내가 볼 때도 그럴 듯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신사상을 좁은 의미로 해석할 때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모습은 아마 삼신할미일 터이다. 사실 나도 삼신할미의 점지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나지 못했을 터. 어릴 적 어머니나 할머니께 내가 어떻게 태어났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삼신할미가~~~ '

물론 말을 잘 안 들을 때는 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애가 돼버렸지만......'



삼두마애불 샘터

이 마애불 아래 샘터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 이 또한 삼신의 배려인 듯.--참고로 등산안내엔 민주지산에서 석기봉까지는 물이 없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물도 한잔하고 사진도 한장. 자세히 보면 샘터 안에 개구리 알 같은 것이 보인다. 도롱뇽 알이라는데 여기엔 황금도롱뇽도 있단다.

세상 일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다 좋은 것이 없듯이 다 나쁜 것도 없다. 석기봉을 돌면서 되돌아오게된 괴로움은 이곳에서의 마애불구경으로 보상받았다. 석기봉 정상으로 곧장 진행하면서 삼도봉으로 향했다면 들러보지 못했을 것을....
각기 다른 구도로 몇 장 더 찍어두고 싶지만 배터리가 신경 쓰여서 못 찍는 아쉬움이......


마침내 사연 많은 석기봉 정상에 서다.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석기봉에서 바라본 삼도봉.

저 멀리 머리부분이 희끗한 삼도봉이 보인다.



석기봉에서 삼도봉 가는 길에.....

한눈에 봐도 뭔가 심상찮은 능선...... 덕유산 ~ 삼도봉을 잇는 백두대간이다.



삼도봉에서...


마침 산악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한분이 사진 한장 찍어주마고 자청하신다. 고마워서 산악자전거 입문에 대한 조언 한보따리 풀어드렸다. 산악자전거 안내에 대한 나의 원칙... '먼저(스스로)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에겐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삼도봉으로 달려오는 백두대간.

저 멀리서 백두대간의 큰줄기를 형성하는 덕유산에서 뻗어나온 능선이 힘차게 달려온다.


말목령으로 이어지는.....

대간은 다시 저 앞 말목령을 거쳐 황악산, 추풍령으로 흐른다.






삼도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민박집을 정하고... 화단에 있는 꽃.


둥굴레꽃이지싶다.

오전 8시 10분에 시작한 산행이 오후 3시 30분 쯤에 끝났다. 민박집을 정하고 나니 오후 4시 다 되어간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깔끔한 마무리다. 이제 일행들을 기다릴 일만 남았다.




다음날 자전거 없이 삼도봉 오르는 길에....





은방울 꽃인가?



하늘을 거의 볼 수 없는 산행이었다. 다행히 산그늘에 묻혀가는 산행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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