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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제 모습이 보기 좋은가요?-오마이뉴스 펌-

굿소울2005.04.27 17:28조회 수 50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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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제 모습이 보기 좋은가요?



[오마이뉴스 2005-04-22 14:35]  




[오마이뉴스 이경운 기자]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이 길을 지나다녔을까요. 상처가 깊습니다.  

ⓒ2005 이경운




제 이름은 '청계산'입니다. 높이는 618m, 서울의 서초구와 경기도 성남시, 의왕시가 접하고 있지요. 어떤 자료에는 제가 서울 남부의 허파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그만큼 제가 중요한 산이라는 뜻이겠죠?




제가 꽤 괜찮은 산인가 봐요. 사람들이 매일 저를 보기 위해 찾아오거든요. 평일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십 명씩은 꼬박꼬박 옵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은 말도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와요. 과천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의왕시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성남시와 서초구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까지, 정말 많습니다.






▲ 뿌리까지 흔들려 버린 이 나무는 또 얼마나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까요?  

ⓒ2005 이경운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찾아오는 걸 보면 일주일 동안 사회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요. 그래서 제가 내뿜는 맑은 공기와 제가 키운 푸른 나무들을 보며 땀 흘리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죠. 저는 이런 제 역할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조금 아프기 시작해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에게 주던 즐거움을 맘껏 주지 못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답니다. 혹시 이번 주라도 저를 찾아 오실 분이 있다면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제 등을 한 번 잘 살펴 보세요. 사람들의 등산화에 밟히고 벗겨진 제 등은 뿌연 모래 먼지만 날리고 있답니다.




제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친구들의 뿌리는 허옇게 밖으로 드러나 있고, 까맣게 말라 죽은 뿌리도 많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서 있던 나무들은 사람들이 잡고 오르는 바람에 뿌리까지 뽑힐 위기에 처해 있답니다.


이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에는 풀과 나무들이 자라기 힘들 것 같아요. 풀이랑 나무 친구들이 싹 틔우고 자라기 위해서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쌓이고 썩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럴 여유를 주지 않네요. 흙이 다 패여 그 속에 묻혀 있던 바위들이 드러나고, 흙들은 딱딱하게 다져져 풀과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 되었거든요.






▲ 등산로를 따라 줄지어 선 나무의 뿌리들이 훤이 들어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등산로변 나무들이 이런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2005 이경운





저처럼 도시 주변에 있는 다른 산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니 다들 마찬가지 상황인가 봐요. 그래도 저는 유명세가 있어 조금 나은 편에 든다고 하네요. 사람들은 유명하고 큰 산들이 훼손되고 망가지는 것에는 관심이 많은데, 저나 제 친구들처럼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 않으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정말 속상합니다. 아마 저와 제 친구들의 훼손 정도를 파악한 자료조차도 거의 없을 겁니다.




국립공원 형님들은 '자연휴식년제'라는 것을 이용해 몇 년씩 쉬기도 한다는데, 제 친구들은 그런 거 한 번도 안 해봤대요. 사실 조금 서운하기도 합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그렇게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인가요?




제 몸 아래에 옛날 사람들이 지어 놓은 청계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0년, 여기에 3천년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라는 꽃이 피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풀잠자리 알이라는 둥 여러 가지 설이 많았지만, 아무튼 이 절은 '우담바라'로 유명해졌습니다.






▲ 3천년에 한 번 피는 우담바라보다 해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2005 이경운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사람들은 제 친구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매년 피는 야생화들,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해마나 잊지 않고 피어 주는 분홍색 진달래꽃, 아무 말 없이 매 번 푸르름으로 사람들을 맞아 주는 소나무들에게 말입니다.




저는 어떤 특정 종교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를 좋아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종교는 다양하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우담바라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다면 제 몸 속에서 해마다 때를 잊지 않고 피는 야생화와 진달래, 쉬지 않고 흐르는 계곡물, 푸르름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나무들을 더 귀히 여기실 거라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듭니다.




또 휴일이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간의 온갖 스트레스를 안고 저와 제 친구산들을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꽃을 피우고, 상쾌한 공기를 만들고, 맑은 계곡물을 흐르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제 친구산들이 언제까지 이 일을 지금처럼 즐겁게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저와 제 친구들도 휴식이 필요하거든요.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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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지난 17일 일요일 청계산의 봄을 카메라에 담으러 갔다가 상처 입은 청계산의 모습만 카메라에 많이 담아 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은 서울 근교의 산들은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으로 지정했거나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곳에서는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도시 근교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듯합니다. 도시 근교 산들의 훼손 실태조사와 보호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제공 :







http://blog.naver.com/ddpas.do



이웃 블로그에서 펀 글입니다.
전 이 글을 보고 맘이 참 아팠습니다.
무심코 타이어로 밟고 지나간 나무뿌리가 얼마나 아팠을까요.
등산도 인간에게나 좋은거지 자연은 헤아리지 모한것 같습니다.
무조건 인간에게만 좋으면 다 좋은건가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연...
우리가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보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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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시간이갈수록 자연의 소중함을알게 돼지만 정말 필요로 할땐 이젠 우리들 주위엔 그자연이 없겠지요
    제 친구 중에 아주 예쁜 까페를하는 친구가 있는데 몇년이 지나면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많은 비용도 들고 고민도 많이 하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바로 주변에 있는 자연은 매년 매달 매일 누구가 뭐라지 않아도 많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런 댓가 없이요
    바쁘게 살다가 문득 주위를 보니 푸른빛이 가득합니다 ............
    좋은글 읽고 공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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