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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후기

totalclimber2002.12.04 09:32조회 수 22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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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의 여행 1

며칠째 계속 밤샘이다. 새벽늦게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기를 거의 일주일째... 하는일도 벽에 부딪친 느낌이고, 오래전부터 목을 조여오는 숨막힘때문에, 마음맞는 후배와 두어달째 고민을 하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거의 4~5년을 끌어오던 일이 아직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니... 어둠속에서 목을 조여오는 그 무언가는 아마 몇십일후면 20대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누구에게나 함부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아쉬움과 서러움때문이겠지. 벌써 반을 살았다는, 그래서 손에 쥐어져야 할게 지푸라기 한줄기라도 남아야 할텐데, 오히려 가진 것 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늘 다른사람과는 다른 새로움을 찾아간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대견해 하며, 또한 그것자체를 즐기곤했다. 그래서, 자전거와 친하게 되었고, 산을 닮으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도 더 이상 처음의 그 느낌이 아닌듯하다. 내가 너무 지쳐버린 탓일까. 다시금 산의 품에 안기고 싶은 생각뿐이다. 외롭거나 힘들때면 언제가 거기서 묵묵히 지켜봐주고, 조그만 길을 내어주었던 산, 자전거, 그리고...

이런 느낌들을 함께 하고 싶어서, 20대의 마지막을 의미없이 보내는게 너무 아쉬워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12월의 첫날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표범님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본 표범님. 목요일 저녁에 만난, 경상남도 지방의 억센사투리, 큰 목소리때문인지 털털해 보이는 성격, 4학년 이니만큼 고민이 덕지덕지 붙은 덥수룩한 머리. 내가 학교선배라서 그러시는지 나에 대해 깎듯이 하시는게 민망할 정도였다.

일요일아침... 싸한 공기를 마시며 페달에 발을 얹는다. 바람이 차서 코 끝이 찡하다. 몇사람이나 올까, 이 분들을 안내를 잘 할수 있을까.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돌아가는 페달속에서, 체인속에서, 바퀴들속에서 잠긴다. 엊저녁늦게 시내 중심가의 호프집에서 절친한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 자리를 옮겨 마시던 칵테일향기, 귓전을 울리던 Simon&Garfunkel의 Sound of silence가 아직 귓전에 울린다. 그리고, 벗들을 기다리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던 미군대위의 이야기마저도... 과연 누가 죄인인지... 머릿속이 정리되어지지 않는다.

혼자서 자전거를 만지작거리다 시계를 본다. 프로코렉스 한대가 지나간다. 아니겠지... 헬멧도 쓰지않고, 평상복차림이었다. 그러나, 오늘 번개의 일원이셨다. 9시50분. 여기저기서 울긋불긋 져지를 입은 분들이 mtb를 끌고 나타난다. 어어... 예상보다 너무 많다. 내가 이 사람들을 무사히...

처음 만남이 늘 그렇듯이 어색함을 깨기가 쉽지 않다. 무슨 말을 어떻게 어떤자세로 해야지? 아시는 분들끼리 많이 오셨나보다. 나도 언제쯤 저분들과 격이 없이 지내게 될까... 거의 제일 늦게 표범님이 오셨다.

이제출발이다. world cup 2002 park를 출발하여 범물동으로 가는 도로를 탄다. 중간에 합류하는 분도 계셨고... 톨게이트에서 우측으로 들어간다. 너무 평범한 시골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아직 흙마당인 어느집의 정적을 깨고, 우측으로 또는 좌측으로 틀어서 앞으로 간다. 산기슭, 조그만 못을 만나고, 벽화가 그려진 조그만 절이 있다. 오른쪽으로 turn하여 single초입에 들어선다. 여전히 쌓인 피로때문인지 가끔 어지럽기까지 하다. 뒤에서 누군가 열심히 쫓아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페달질이다. 첫 번째 쉼터가 나올때까지 열심히 달렸고, 일행들의 위치를 알지못한 나는 가끔 다시 뒤로 돌아갔다. 혼자탈때와 달리 앞만 봤으니 경치는 거의 생각에 없고, 더구나 앞에 섰으니 라이더의 역동적인 모습은 거의 기억에 없다. 첫 번째 쉼터에서 초코파이를 하나 먹었다. 몇몇분께 음료를 권하고, 나도 한모금... 할트님의 자전거가 돋보인다. 그걸 가지고 오가는 유쾌한 농담들... 진행속도를 줄이기로 하고 다시 출발이다. 제법 등에 땀이 난다. 혼자서 긴 여행을 할때처럼 호젓함을 없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맛은 또 다른 것 같다. 가끔 나타나는 나무계단들... 움찔하여 내리는 구간도 다들 잘 타고 내려오신다. 아직 나의 실력이... 낯 익은 건물이 앞에 나타난다. 신일전문대 기슭공사장이다. 마지막계단을 타고 또는 끌고 내려오고서는 2군사령부 뒷산으로 향한다.

혼자서 신일전문대를 지나, 횡단보도에서 기다린다. 다시금 어느 갈비집뒤를 돌아 고행길에 오른다. 오늘은 저번보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 못했다. 등산객들의 부러움반, 의아함반의 시선들... 늘처럼 가볍게 무시하거나, 그들의 물음에 대답한다.

두 번째 쉼터. 담배를 물고, 음료를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시금 담소가 이어진다. 자전거타는게 이런건가. 일상의 무거움을 가볍게 털어내는... 오가는 담소도 무리없이 이어진다. 다시금 페달에 발을 얹는다. 얼마못가 downhill이다. 오늘은 미리포기하고 어깨에 자전거를 맨다. 몇몇 분들이 타고 내려가신다. 내리막의 정점에서 다시 엄청난 오르막이다. 원래 오른어깨를 많이 쓰는 편인데, 긴 등산에 가까운 코스이니 만큼, 왼쪽으로 걸친다. 이게더 편하다. 무거운 등산화마저 나를 중력방향으로 당긴다.

페트릭베로라는 등로등반의 대가가 있다. 돌로미테산맥을 경로에 두고, 암벽과 mtb, 카약을 이용해서 등반하는 totalclimbing의 대가이다. 뭐, 삶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한가지 방법만으로 쉬 풀수있는게 아니니... 그래서, 나도 이런 험난하지만, 여러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운동들을 좋아하게 되었나보다. 그도 그랬던 것처럼 처음가는 길이란게 쉽지 않은가보다. 그러나, 처음이 됨으로 더 가치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결국 중력을 이겨냈다. 과정의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성취감은 대단하리라고 본다. 다들 힘들어 하셨지만, 그래서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앞으로 기다릴 다운힐로 여러분들에게 보상하리라 생각했다. 이윽고, down hill...그리 험하지 않은 충분히 즐길만한 길이다. 뒤에서 항상 들리는 소리... 바퀴가 조그만 자갈돌에 부딪치는 소리가 “타다다다”들린다. 갈림길이다. 아무도 왜 안따라오시지... 다시금 돌아간다. 길이 어긋낫으면 먼길을 돌아갈뻔했다. 거의 끝날지점에서 휴식이다. 다음에는 먹을 것을 꼭 챙겨오자는 말을 남기고, 아쉬운 다운힐을 끝낸다. 다운힐의 끝은 언제나 뭔가 뻥뚤린 허전함이 기다린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공사장이 기다린다. 저번에는 없었는데... 불과 2주만에 멀쩡한 산을 버려놓다니... 동대구역으로 향하는 기차의 배웅을 뒤로하고, 철길을 따라 욱수동으로 향한다.... 철길이라... 왼지 모를 북받쳐오르는 느낌....

2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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