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막내동생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다

靑竹2010.10.11 21:25조회 수 2886댓글 18

    • 글자 크기


 4형제 중 장남인 나와 막내동생과는 일곱 살 차이다. 지금도 막내를 생각하면 늘 아이 같지만 어려서는 꽤 큰 차이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이 늙어간다는 걸 실감한다. 두 달여 전에 막내가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어찌나 놀라고 무서웠던지 잠까지 설쳤다. "내가 먼저 아파야 되는데 왜 네게 그런 게 생겼다냐?" "뭔 소리야? 아이고, 큰형. 걱정 마. 별 거 아니라누만. 수술도 간단하대."

 

 

 ▲종중 소유의 논 몇 마지기에서 수확한 쌀 중, 우리 여덟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은 고작 너댓 말에 불과했기에 일 년 중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시절은 고작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의 내겐 쌀밥이란 존재는 늘 각별해서 벼가 익어갈 때면 가슴이 뭉클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지나다 둑에 쭈그리고 앉아 묵묵히 회상에 잠기노라면 그 시절에 느꼈던 그 감흥이 어렴풋이나마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내게 막내는 늘 귀여움의 대상이자 자랑거리였다. 어려서 축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무척이나 졸랐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막내의 소원을 들어 주지 못한 점이 늘 마음이 아팠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초등학교 시절엔 늘 유니폼을 입고 다녔다. 이따금 막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잘 찼다. 덕분에 허벅지는 쭈그려 앉기가 불편할 정도로 잘 발달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서 운동을 등한시하더니 똥배가 불룩 나오더니만 마흔 중반에 암이라니... 

 

 

 

 

 

 

도로라이딩을 하고 싶어서 몇 달 전에 올마에 있는 부품을 하드테일로 이식했는데 풀샥이 너무 그리웠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중고 푸품들을 모아 몇 달 만에 풀샥을 겨우 꾸밀 수 있었다. 그런데 풀샥을 꾸며 집으로 가져온 날 마침 대전에서 상경한 막내가 집에 들렀다. "막내야, 마침 잘 왔다. 이 자전거가 내겐 좀 큰데 너 가져라" 하며 애지중지하던 풀샥을 막내 차에 실었다. 막내도 평소 운동량이 절대 부족했던 걸 절감했던지 환하게 웃으며 "이거 땡잡았네?" 하며 반겼다. 자전거가 실제로 내겐 좀 크기도 했지만 수술까지 한 막내의 건강이 염려되어 운동이 현대인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막내에게 누누히 강조하며 자전거타기를 권한 것이다.

 

 

 

 

 

 

"열심히 타고 있냐?" "응? 아직 힘이 좀 없어서 그렇지 꾸준히 타고 있어 형."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타. 그나저나 자전거타기가 재미는 있냐?" "응. 타 보니까 재미 있네." 다행이다. 뭐든지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 바탕이 돼야 그 효과가 배가되는 걸 잘 아는 탓에 저으기 마음이 놓인다. 이따금씩 전화로 확인하는데 요즈음 꽤 열심히 타는 모양이다.

 

 

'막내야, 제발 건강해라. 화이팅."

 

 

 

 

 ▲논에도

 

 

 

 

 ▲뜨락에도

 

 

 

 

 

 ▲도로변에도 가을이 무성하다

 

 

 

 

 

 ▲프로싸이클로 입문한 젊은 친구와 나보다 열 살 위인 나의 친구(켈켈)

 

 

 

 

 

 

 

 

자전거가 좋다



    • 글자 크기
보은 대회 대단힌 기록이.... (by 불새) 혹시 유압 디스크 케이블 커터 빌려 주실수 있으신분... (by treky)

댓글 달기

댓글 18
  • 이게 누구십니까?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반가움에 먼저 댓글부터 쓰고
    나중에 글은 볼랍니다.

    오래 기다렸는데
    잘 오셨습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1 21:33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머님도 편찮으시고 막내까지 그렇다 보니

    마음이 좀 심란했습니다.

     

    구름선비님이 그리웠습니다.^^

     

  • 靑竹글쓴이
    2010.10.11 21:28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름선비님, 스카이님, 사랑님. 염려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공연한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하기도 하네요.

    세 분 외 왈바의 모든 식구들께서도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 靑竹님께

    애~휴~33ㅠㅠ   그러하신 마음의 고초가 실로 크셨겠습니다.

    예전에 청죽님께서 막내동생을 끔찍히 사랑하셨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마음의 충격이 많이 크셨겠어요.

     

    수술도 잘 되셨다니 다행이구요

    동생분께 좋으신 선물 해주셨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반가움에 가슴이 뭉클 해집니다.

    늘...건강 하시옵고 언제 시간 되시면 둘찌 사부님 샵에서 커피라도 한 잔 찌끄리시쥬...^^

  • 주는 즐거움은 받는 즐거움 보다 많이 크다 합니다.ㅋ

    건강 하시죠???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10.11 21: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주 가는 샵에 들렀더니 십 분 전에 다녀가셨다더군요.

    아직도 이렇게 체포를 피하려는 걸 보면

    아직 버릴 걸 다 못 버린 모양입니다.

    죄송스럽기 그지없네요.

     

    조만간 다 털고 즐겁게 차 한 잔 나눌 날을 만들겠습니다.

  • 靑竹님께

    ㅋㅋ 그몇분을 많이 망설 였다는....ㅋ

  • 호수가로 살랑이는 바람같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돌아 오셨군요.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서글픈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는듯 합니다.

     

    열살 위 친구분, 티없는 웃음이 참 좋아 보입니다.

     

  • 탑돌이님께

    탑돌이님께서도 건강히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이거 청죽님글에 안부인사 여쭈다니...ㅎ::

  • 제발 건강하십시요!!!

     

  •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

    반갑습니다. 갑장님^^*

  • 靑竹님의 글을 읽고 나면...먼가 복잡하게 뒤틀려있던 제 마음이

    다시금, 제자리로 찾아가는 듯합니다.

    맨날 인스턴트 커피만 홀짝이다가 간만에 진한 녹차한잔 머금은 듯한 느낌입니다.

    靑竹님도 금연성공하시고 오래오래 자전거 타셔야죠~  ^.,^b

     

  • 반갑습니다.

  • 청죽님

    이리 저리 맘고생이 많으셨군요

    갑상선 암이야

    대부분 수술로 완치되고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진행속도도 아주 느리니까

    크게 염려 안하셔도 될 겁니다

    힘내세요!!!

     

    조만간 다 털고 즐겁게 차한잔 마실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갑상선암 인데

    수술이 잘되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암이라는  그 말에  형님이 그만 초죽음이 되더군요

     

    아우님께서도  꼭 건강을 되찾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실겁니다 

    청죽님 ~~~

  • 靑竹글쓴이
    2010.10.14 01: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쌀집잔차님, 탑돌이님, 홀릭님, 뽀스님,

    짧은다리님, 송현님, 목수님, 줌마님.

     

    모두 반갑고 감사합니다.

     

    다들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 주시네요...

     

    다 잘될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516
187073 보은 대회 대단힌 기록이....12 불새 2007.10.13 2890
막내동생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다18 靑竹 2010.10.11 2886
187071 혹시 유압 디스크 케이블 커터 빌려 주실수 있으신분...1 treky 2012.02.07 2885
187070 목수님이..."아야" 한데요.7 뽀 스 2012.01.31 2885
187069 가입인사 합니다.6 톰과젤리 2012.04.20 2884
187068 전국 산 지도 다운받아가세요..28 MultiPlayer 2006.04.03 2880
187067 투르드 코리아의 감동이 아직도...2 동동구리 2013.06.24 2879
187066 용마님의 사고를 접하면서2 siren401 2006.02.22 2879
187065 뭘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4 십자수 2012.12.21 2878
187064 유튜브 현상2 탑돌이 2012.09.20 2876
187063 강촌 스노우 라이딩 오십시요...2 treky 2012.01.31 2875
187062 자건거 추천1 조주 2012.09.24 2874
187061 자전거문의1 hyung9812 2012.09.21 2874
187060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프레임 파손과 교환)33 jeep 2006.06.24 2873
187059 테프론의 유해성13 날초~ 2006.02.21 2873
187058 제킬의 부활... 성공...!!@@!!....ㅎㅎㅎ4 rampkiss 2012.10.21 2872
187057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7 Bikeholic 2012.09.28 2871
187056 어처구니 없는 경찰의 출석 요구서...24 인자요산 2006.09.25 2870
187055 '전기용접 자격증'을 소지한 청년의 '프레임절단 사진'을 본후의 견해.6 parkdarum 2006.02.25 2870
187054 내일 안주거리...2 mtbiker 2011.12.17 286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