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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짓

구름선비2010.09.13 23:23조회 수 2691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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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KT에서 발매하는 저가형 태블릿PC를 예약했는데
이눔들이 출시일자를 계속 연기하네요.

나이 어린 청년도 아니고 매일 해당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내 자신이 한심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일이 줄어들고부터는 옛날 취미라든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면
하나는 같이 타던 사람들이 떠나 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지만 부상을 당했다는 것,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의 근무형태가 4조2교대에서 3조 2교대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공무원사회를 회사 경영하듯이 그저 '인력'이나 '능률'만으로 본다는 것이
결론적으론 성공한 개혁이 될는지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이고보면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닙니다.

그 중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이 그런데
전에는 야간 근무를 하고 다음날은 비번이고
그 다음날은 휴무라고 해서 하루를 더 쉬었으니
운동을 하고나서 회복할 시간이 충분이 있었지만

야간 근무를 하고 나서 다음 날 하루를 쉬고 다음 날 저녁에 들어가는
근무형태가 되고부터는 비번 날은 피곤해서 못하고
저녁 근무를 들어가는 날은 저녁 근무가 걱정이되어서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물론 '배 부른 소리'라는 것은 압니다.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서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빈둥거리는 세태니
이나마 남들이 말하는 철밥통이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지요.

---------------------------------------------------------------------------------------------------------------

아침에 퇴근해서 한 잠 자고 나서 잠이 덜 깬 상태로 점심식사를 하고
또 잠을 자는 것이 못내 못마땅해서 오늘은 꼭 자전거를 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나가는 것이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헬멧에 다는 라이트를 찾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고
물통 또한 어디있는지 한참을 헤매고서야 나설 수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가는 것이라 혹시 머리가 썰렁할지도 몰라서
조각모도 챙기고 그것도 모자라 바람막이까지 챙깁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이지요. ㅎㅎ

집에서 출발해서 팔당대교를 돌아 풍속마을 못미쳐서
석실마을에서 우회전해서 돌아올 생각입니다.

동네에서 덕소방향의 도로는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량 통행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그 길이 좋습니다.
완전 초보시절 다니던 길이라 애착이 가는거지요.

강변은 이번 폭우로 인해 침수가 됐던 곳이있고 진창이 많았습니다.
하수도가 역류하는 소리와 강물이 출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의 무서움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팔당대교를 찍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훈련장 입구의 신호등이 있습니다.

모처럼 스탠딩으로 버팁니다.
신호가 바뀌자 재빠르게 페달질을 해서 100미터나 갔을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차량은 몇 대가 추월하고 간 후라 비교적 조용하니까 들리나봅니다.

뒤를 돌아다보니 검은 그림자가 휙 저를 추월해 갑니다.
얼른 쳐다보니 40대는 됨직한 남자입니다.

순간 되지도 않을 경쟁심이 생깁니다.
별 소리 없이 추월해 가는 것이 기분나쁜거지요.

페달링을 빨리했습니다.
그 사람의 1미터 뒤로 붙습니다.

저는 깜박이와 헬멧라이트가 있지만 그 사람은 라이트가 없습니다.
붉은 색 하드테일을 타고 있고 타이어가 얇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았고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가방을 메었고~~

그렇게 약 100미터를 갑니다.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작은 다리가 있는 언덕길에 다다랐습니다.

그 사람이 그랬듯이 추월해 나갈 수도 있겠는데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언덕에서 약간 주춤거리더니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1미터의 간격으로 다시 따라 붙습니다.

이 사람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가면 나에게 불리하겠습니다.
뒷 서스펜션을 잠그기는 했지만 올마운틴 내 자전거는 그래도 출렁입니다.

타이어도 비교가 되지 않는 깍두기라 긴 레이스가 되면 불리할 것은 뻔합니다.

잠시 고민을 합니다.

'그냥 가게 놔 둘까? 아니면 끝까지 이렇게 달릴까?'
이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이 멈춘 것은 조금 앞에 있는 삼거리입니다.

그 사람은 직진을 했고 나는 우회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가는 모습을 힐끗 쳐다봅니다.

조금은 가빠진 호흡을 길게 뱉으며~~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되지도 않을 호승심에 사로잡혔던 잠시 동안이

부끄럽습니다.

 

오늘 다녀 온 길

제목 없음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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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언감생심...

    전 꿈도 꾸질 못합니다.

    저질다리라...

     

    그래서 혼자 페달질을 가끔 즐깁니다.^^

     

    부럽습니다.

    그 충동을...

  • 뽀 스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0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저도 다리가 튼튼한 것이 아니라
    그 분이 만만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추월은 했는데 따라 붙으니까 어물어물하더군요.
    특히 언덕길이 나오니까 더 그랬구요.

  •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면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젊은 청춘들은 일자리 없어서 난리인데,

    선진화니 뭐니 하면서 책상머리 페이퍼웍으로 인원수 줄이고 교대시간 늘리고 하는 짓거리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도 반복되어 온 것 같습니다.

     

    가끔씩 자출하다보면 추월해가는 사람 쫓아가느라, 앞에 보이는 사람 따라잡느라 타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동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자주 듭니다.

  • kdblaw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좋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름 개혁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거꾸로 가는 개혁도 있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 니꼴라이의 기품을 지키세욧~~~!!! ㅋㅋㅋ

    경쟁이니 피빨기니 하는 것들은 아랫것들이나 하는 겁니다 ㅎㅎㅎㅎㅎ

     

  • 쌀집잔차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2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게 그렇지요?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닷!!

  • 며칠 전에 KT에서 발매하는 저가형 태블릿PC를 예약했는데
    이눔들이 출시일자를 계속 연기하네요.

    나이 어린 청년도 아니고 매일 해당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내 자신이 한심합니다.  2

  • 목수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3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

    지르시고 말았군요.
    설마~~

    제가 바람을 넣은 것은 아니죠?

  • 신청을 해 놓으셨으니 당연히 사이트 들어가보게 되는 것이죠 ...

     

    한심하다고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지않나 싶습니다emoticon

     

    정작 함께 달리신 그 분은 전혀 신경쓰시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네요 ^.^

     

     

  • sarang1207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간만에 옛날에 하던 짓을 하고보니 똑같습니다. ㅎㅎ

    사랑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 뵌지 오래되었네요 벌써 2년은 된거 같습니다

     

    다시 뵐날이 있겠지요 ㅎㅎ 남양주는 정말 좋은동네인거 같아요

     

    산도 많고 ~ 전 그런 동네에 살고 싶습니다 산만 타는 날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저는 복이겠지요 아무런 특기도 없는내게 직장이 있으니

     

    가족이 많은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 언젠가는 제가 풍성해지면

     

    강원도나 제주도 둘중으로 이사가서 살려 하고 있습니다

     

    (철모르는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은...)

     

    나중에 꼭 다시 뵈서 들깨 칼국수 먹어야 하는데요 ㅎㅎ

     

     

  • 러브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10: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를 만났던 날
    지금은 퇴출되신 그 분이 프레임 해 먹고
    러브님 차를 SUV처럼 몰던 생각이 납니다.

    세월 참 빠르죠?

  •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참 그래도 형 하면서 따랐던 형인데

    그일 있은후로 연락두절.... 그 차가 결혼도 하게끔 만들어준 차인데요 ㅎㅎ

    와이프가 제 운전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하더라구여 ㅎㅎ

    세월 빠르네요 왈바 가입한지가 어언 8년 .. 세월이 진짜 물인가봐요 ㅎㅎ

  • 글 속에 제 모습이 겹치는 듯 하여 슬며시 미소가 지어 집니다...

     

  • 열정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20:4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무서운(?)분이었군요^^;;

    주변의 동호회에 가입하셨나요?

  • 구름선비님,잘 지내고 계시죠

    요즘은 아빠 소리를 가끔 한다고 하네요(하루에 한두번정도)

    추석연휴에 만나 볼수도 있을듯~~~

     

    주위에 실력 비슷한 사람이 있어야 실력향상이 빠르지만,

    이젠 그런거 뒤로하고 유유자적하는 고수의 반열로 올라서야하실듯합니다

  • stom(스탐)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9.15 20:48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빠소리를 들으면 정신을 놓게 되죠 ㅎㅎ

    추석날은 시골에 내려가고 다음 날 오전에는 시간있습니다.

    고수요?
    고수는 아니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달관한 체 하는 것이 빠르겠네요.

  • 평소 짧은 라이딩에도 헬멧을 쓰는 버릇이고 지난번 도로에서 머리를 박아서 깨먹은 후 헬멧의 소중함을...

     

    헬멧 쓰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라이더로 보지 않습니다.

     

    저야 뭐 한강등에서의 동반배틀은 관심 없거니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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