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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불용설에 시달리는 나의 속도계

靑竹2009.09.03 22:35조회 수 79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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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속도계가 못쓰게 되는 바람에 떼어버렸는데 나름대로 신경쓸 일이 하나 줄어서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처음 간 코스의 거리 등이 궁금한 마음이 가끔씩 들곤 해서 재작년인가 하나 새걸로 구입했었다. 그런데 앞샥이 가변샥이란 걸 샾주가 계산에 넣지 않았는지 가장 큰 트래블로 설정해놓고 다운힐을 하고 났더니 작동이 되지 않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선이 지나치게 팽팽하게 당겨진 듯 보였는데 가운데가 좀 늘어진 듯 쳐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속도계를 분리한 다음 늘어진 곳을 만져 보았더니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는 바람에 분명 케이블 안에서 단선이 된 듯했다. 늘어진 지점을 불로 지졌더니 역시 단선. 불로 마저 지져서 벗겨내야 하는데 공연히 리퍼로 서둘러 벗겨내다 보니 몇 가닥 되지 않는 가는 동선을 몇 개 잘라먹고 어설프게 연결한 뒤 검정테이프로 감았는데 며칠 가지 않아 또 작동이 되지 않아 떼어 보니 결합한 동선이 떨어져 있었다. 에라이~ 귀찮다. '어차피 속도계가 없어도 별 불편한 것도 없던데 속도계 다시 떼고 다니지 뭐.' 하던 게 작년이었다. 올해 들어 시절이 쭈글쭈글한 게 그렇게도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는 일마저 도무지 신명이 나지 않아 타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저조한 주행거리를 보이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는 게 유일한 운동이었는데 그게 없었으니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는 게 몸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시절은 시절이고 건강마저 잃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안장에 올랐는데 조금만 달려도 힘이 부쳤다. 그래도 도로라이딩 위주로 매일 타면서 거리를 조금씩 늘려갔는데 처음 가는 길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내가 얼마를 달렸을까가 또 궁금해졌다. 무리는 독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몸이 감당하는 만큼만 늘려갈 요량이었던 터라 속도계가 다시 필요해졌다.

 

어제 쳐박아 두었던 속도계를 다시 꺼내 절단된 곳을 라이터불로 지져 단 한가닥 동선의 손실이 없이 온전하게 벗겨내 꼼꼼하게 연결한 다음 검정테이프로 꼼꼼하게 감았다. 가변샥의 움직임을 충분히 재서 케이블에 여유를 주고 가장 짧은 트레블에 맞췄을 때 늘어지는 부분이 타이어에 닿지 않도록 샥의 크라운 옆으로 케이블타이를 연결해 묶어 주었다. 

 

속도계는 같은 속도계라도 보는 관점은 사뭇 다르다. 예전엔 주로 '내가 지금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고 있을까?"가 궁금해 수시로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주행거리 측정이 목적이지 속도엔 별로 무관심한 편이라 잘 보지 않는다. (포기했을지도..켈켈)

 

그런데 문제는 건망증과 치매의 영역을 오락가락하는 이놈의 정신머리다. 수십 번도 더 다닌 사패산 매표소까지의 왕복거리를 여태 한 번도 측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오늘은 분명히 측정해 보자고 했는데 또 제로 설정을 하지 않고 그냥 올랐다. 그게 어디 사패산 뿐이랴. 수백 번을 넘게 다닌 중랑천 몇 구간 정도만 겨우 측정해 보았을 뿐 산악코스는 신기하게도 거리 측정에 성공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꺼억~ ㅡ,.ㅡ  매표소에서 제로 설정을 그나마 했으면 또 뭘 하나? 큭큭.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갑자기 계단을 타고 싶은 마음에 예술의전당 쪽으로 코스를 변경했으니 확연하게 짧은 거리다.  2배수의 계산이 성립될 리 없지..휴~ 머저리....

 

어제 열심히 고쳐서 달았는데 이놈의 속도계가 진정 내게 필요한 것인가 모르겠다. 용불용설이 이 조그만 기계에도 적용이 된다면 벌써 퇴화되었을 게 틀림이 없다. 속도계 요놈의 정체가 궁금하다.

 

 

가을이 멀찌감치서 다가오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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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기술 나도 하고 싶다... (by 선인) 왈바에서의 7년... (by mtb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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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청죽님.....그런거에 신경쓰지 마시고

    자유롭게 다니소서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3:35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아유. 제 체질로 보면 아무것도 없이 다니는 게 딱 맞아유.ㅋㅋ
  • 뭐...그 정도 갖구 치매라 그러십니껴....울 뇬네(?>.<::큭~)  급은 되셔야지

    치매3기 정도 됩니다...^^ㅎ...   그나저나 왈바에 정말 오랜만에 납시셨네유.....자주 좀 글 올리셔욧~!!^^

    부용산으로 쳐들어 가는 수가 있어유....ㅎ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3:37 댓글추천 0비추천 0

    음...제가 아무리 그렇다고 그냥반 정도까지야 되려고요.ㅋㅋ

    근데 논네라는 그냥반이 누구시죠? (응?)

    스카이님 반갑습니다.

    쭈꾸미에서 스카이로 복원하신 걸 보니

    먼저의 쭈꾸미는 아마도 술안주로 거시기...

    요즘 부용산은 서식지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클클

  • eyeinthesky7님께

    뇬네,뇬네,,하지 마시게

    돌지나고 한갑전이면 맘먹어도 되니

    우리 그냥 친구먹자 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가  부용산에,도정산, 을 나와바리로 만들고

    천보산 까지 넘보고 있으니,,,

    청죽님은 자꾸 북쪽으로 밀려날수 밖에 ㅋㅋㅋ

    소문에??요사이는 고대산넘어 지장봉을 수시로 넘나들며,

    원거리는 휴전선을 운공허도에 경공을 발휘하여

    황해도 구월산을 다녀오신다는 ,,,,및을만한 소식통에...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15 댓글추천 0비추천 0
    헐..설마 천보산까지..ㅋㅋ 안녕하세요? 논네님?
  • 청죽님 그 유용한 장비를

    천대 하시다니....

     

     

     

     

    그래도 전 이건 확실히 씁니다

    지금 몇시더라? ㅋㅋㅋ

      

  • 목수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3: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천대던가요? ㅋㅋㅋ

    목수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제 속도계는 시간을 보려면 뭘 만져야 되는지 몰라유.

    이것저것 자꾸 누르다 보면 시계가 나타나긴 하는데

    뭘 눌러서 나오게 했는지 기억을 못해서 도로 꽝유..ㅠㅠ

  • 글씨가 커진것은 ,,청죽님도 노안이 온것이렸다.ㅋㅋㅋ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도데체 보이지가 않으니...

    저는 펑크도,속도계도, 돋보기가 없으면 때우지도 몬하고,보지도 몬한답니다.

    난시가 제법 심하여,자잘한것이 안보이니....

    큰것만 보고 삽니다.

    나이먹으면, 자잘한것 보지말라는 하늘에 가르침으로 알고,,허허허!!!

    한동안 안보여서 안부가 궁금했는데,, 반갑습니다.

    풀민이님도 동시패션으로 나타나시니 더없이 반갑군요.

    ,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젊어서부터 난시가 좀 심했습니다.

    큰것만 보신다니 마음의 혜안을 뜨신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의 눈도 좀 떠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봉사유..ㅠㅠ

  • 靑竹님! 자전거 많이 타세요...

    가진것 많지 않는 우리같은 소시민들은 몸이라도 건강해야 험한세상 묻어갈 수 있지요...^^*

    부품이 문제가 생기면 뜯어서 공구통에 쑤셔넣고서 잊어버리는 저보다는 훨씬 나아보이십니다..

    글씨가 커진것...노안이 온것?? 공감입니다...^^*

  • sentaur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20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을 심히 공감합니다.

    요즘 매일 타서 그런지 다리가 뭉쳐서 운신어 어렵더군요.

    그래서 근육도 풀어줄 겸 15km/h 미만의 속도로 천천히 돌아다녔더니

    이제 좀 풀렸네요.

     

    마누라의 돋보기를 자주 빌려서 쓰긴 하지만

    노안은 아닐 거라고 생각....(결국 노안인가?)

     

    =3=33

     

  • 처음에 입문했을때는 매일 달린거리 평속등을 액셀에 기입하고 했었는데 오래전에 센서가 도망가서 시계용도로만 쓰다가  얼마전엔 빗속 라이딩 했더니 그나마 본체까지 고장 났더군요......ㅠㅠ;  출근시간에 시계를 볼 수 없는게 젤 불편하더군요..^^;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쌀집잔차님 반가워유..ㅋㅋ

    제가 아는 분은 핸들바 가운데 헤드 위에 시계를 동그란 시계를 꽂고 다니시던데

    캡이 들어갈 자리에 어떻게 시계가 쏙 들어가 있는지 신기하더군요.

  • 와~~ 정말 대단한 눈썰미십니다...산아지랑이님!!!

    청죽님 글이 예전보다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홀로 곰곰히 생각해 봐도...

    전 단지...저..무식한(???) 촌부(???) 컴맹이신 청죽님의 게으름(??) 때문일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지....

    미처...노안이 와서..글이 안보여 그 예쁜 초록색을 포기하고

    그냥 녹음 짙은 녹색으로 더 크게 글을 썼다고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만.....

  • 풀민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무식한...촌부'

    친한 사이에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정체를 고자질하시는 건 만행유..큭큭

  • 그거이 무선으로 장만하셨으면 그런 수고도 없으셨을껀데...

    요즘 궁핍 하셨나 봅니다....

    ==============3333333333333333333

  • 인자요산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19:25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행분이 무선 속도계를 사용하는데 옆에서 보니

    간섭이 심해 수치가 들쑥날쑥할 때가 많더군요.

    그래서 무선은 쓰지 않습니다. 

    (궁핍한 건 맞아유..흑)

     

    인자요산님 반갑습니다.^^ 

  • http://wildbike.co.kr/?mid=Freeboard&search_target=user_id&search_keyword=%ED%83%91%EB%8F%8C%EC%9D%B4&document_srl=2943471

     

    속도계라는 것이 그저 마누라와 같아서

    있으면 찾지 않게 되고

    없으면 허전하지요.

    특히 등 가려울때ㅋㅋ

  • 거리를 재서 무엇하고

    속도를 재서 또 무엇할려구요.

    전에는 다녀 온 곳을 지도로 만드느라 노력했는데
    다 부질없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 `` 안녕 하세요.? 저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샨 합니다....대강 철저...(군대 고참이 가르처준 생활 철학 입니다)

    예를 들면 "응~  오늘은 한시간 탓구나 " 그럼 30키로 탄겁니다. 제 평속이 28-32키로 입니다.ㅡㅡ

  • 속도계 두개 달려 있는데... 하나 더 달려고 생각중인 저는요... ㅋㅋㅋ  ASTRAIL을 구해야 하는데...단종인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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