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국의 고도 서안(西安)을 다녀왔습니다.
항상 외국을 갈 때면 반드시 챙겨가는 필수 휴대품이 있답니다.
무엇이냐구요?
바로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자전거이지요.
짐을 꾸릴 때 자전거는 마치 칭얼대는 아이처럼 속히 자신을 꾸려달라고 보챕니다.
중국의 동방항공 소속 비행기가 서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창밖은 온통 눈 천지였습니다.
걱정이 더럭 앞섰어요.
저 눈길을 어떻게 자전거로 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마음을 굳고 단단하게 먹으며 아랫배에 힘을 넣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자!
중국사람들처럼 느릿느릿 어슬렁거리며 타면 될 것이 아닌가?
이렇게 결심을 하니 다소 마음이 진정되었습니다.
드디어 다음날 아침,
밤사이 눈이 더욱 많이 내렸나 봅니다.
서안시 흥경로에 위치한 해경주점(海景酒店) 정문 앞을 나섰습니다.
중국에서는 호텔을 빈관(賓館), 또는 주점(酒店)이라고 하지요. 술집이 아니랍니다.
길은 온통 다져진 눈으로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걷는 행인들과 여기저기서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오늘의 코스는 크고 넓은 서안 시내를 두루 일주하는 경험입니다.
뜻밖에 눈을 만나 위험부담은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치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안은 고대 중국의 한나라, 진나라, 당나라 때의 수도로서 장안(長安)이란 이름을 가졌었지요.
많은 유적지와 발굴된 출토유물들을 볼 수 있는 수천년 역사가 서린 고도입니다.
그 옛날 인도, 혹은 로마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나던 구법승이나 대상들이
짐을 꾸려서 출발하는 실크로드의 기점이기도 하지요.
호텔을 출발하여 산탑로(傘塔路)를 지나 장락공원(長樂公園)으로 갑니다.
이곳은 진나라 양왕(襄王)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공원 입구에는 태극권에 열중하는 서안의 아줌마들이 보입니다.
장락공원으로 들어서니 온통 눈천지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서안시민들은 관우상 앞으로 찾아와 소원을 빌고갑니다.
죽음으로 의리를 지켰던 관공(關公)은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한 존경심으로 살아있는 영웅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봅니다.
이른 아침이라 시장을 보러나온 서안 시민들로 붐빕니다.
빵과 과일, 야채, 고기, 양념 등속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초만원입니다.
어느 나라건 역시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활기로 넘칩니다.
이젠 호조로(互助路)를 달려서 흥경궁(興景宮)을 향해 가는 차례입니다.
중국의 대도시 도로들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중앙에 있고,
그 양편으로 오토바이와 택시, 노선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습니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니게 되어있는데, 대부분 노선버스가 다니는 길로 다닙니다.
나도 그 길을 따라서 달립니다.
평소 같으면 더욱 복잡했을 터이나 오늘따라 눈이 내려서 통행 차량이 몹시 줄었습니다.
눈쌓인 도로변에서 한 커트 찰칵!
커다란 서안 지도를 구입하여 오늘 다닐 곳을 미리 형광펜으로 표시해두었지요.
그 점과 점을 이어서 서안시내를 일주하는 투어 코스의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서안 시내는 바둑판처럼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미심쩍으면 곧 지도를 꺼내어서 도로 표지판과 대조해봅니다.
쉽게 흥경궁을 찾았습니다.
이 흥경궁은 양귀비가 당 현종과 함께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궁궐터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당 현종은 자기 아들의 약혼녀를 가로채서 애인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모순과 부조리를 안고 비극적 종말을 향하여 출발했던 것입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나이 차이가 무려 몇 십년이었던가요?
눈 내리는 흥경궁 앞에서 뒤돌아서면 바라다보이는 대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현대 중국의 정치가인 장쩌민(江澤民)이 졸업한 교통대학입니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학이라고 하는군요.
서안은 대학의 도시이기도 해서 크고 작은 대학이 무려 43개 가량이나 있다고 합니다.
흥경궁을 뒤로 하고 다시 눈길을 달려 함녕서로(咸寧西路)를 한참 달려가면
드디어 서안의 명물인 유명한 성벽이 보입니다.
이 성은 명나라 때에 축조한 것입니다.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적지입니다.
눈 내리는 날에 바라보는 서안성의 모습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서 성문을 자세히 한번 보실까요?
전통과 현대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 서안의 특징이랍니다.
이 성문으로 자동차와 마차, 행인들이 분주히 드나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바쁜 일상을 보내며 이 성문을 드나들었을까요?
달릴 때는 몸이 달아올라 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사진을 찍느라 잠시 머뭇거리니 서안의 냉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날 서안의 기온은 영하 7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훨씬 밑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몸이 추위를 느끼니 자꾸만 소변이 마려워집니다.^^
하지만 도심지에서 마음 편하게 근심을 해결할 해우소(解憂所)가 그리 마땅치 않습니다.
다니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군데 군데 공중변소의 표지가 있었는데,
모두 입구에서 사용료를 받는 노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요금은 불과 오각(五角).
그런데도 노회한 중국인 할머니는 외국인에게 무려 십위엔이나 받아챙깁니다.
잔돈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후회가 앞섭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다만 나무부스러기로 화톳불을 지피는 옆에 앉아서
중국 노인들과 무언의 미소를 주고 받습니다.
서안 시내의 중심가입니다.
뚱따제(東大街)라 부르는 곳이지요.
길 건너편으로 부식을 팔고 있는 재래시장 입구가 보입니다.
한낮이 되니 차도에는 눈이 녹아서 질척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얼어붙기도 합니다.
헬멧에 라이딩 복장의 차림새가 이상하게 보였던지
행인들이 고개를 젖히고 나를 뚫어져라 봅니다.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
길거리 만두가게 앞에는 만두 사려는 사람들로 바글거립니다.
만두를 빠오즈(包子)라고 하지요.
오징어튀김을 판매하는 곳도 그 옆으로 보입니다.
중심가에는 자동차와 행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역시 중국다운 느낌이 물씬납니다.
다시 중심가의 또다른 풍경을 하나 더 보실까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습니다.
연인들은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젊은이는 어른들을 부축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갑니다.
어린 학생들은 깔깔거리며 느긋한 시간을 즐깁니다.
이제 호젓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성문 가까이로 다가가 오른편으로 꺾어들면 그곳이 바로 비림(碑林) 입구입니다.
수천 개의 비석들이 한 곳에 보존된 서안의 대표적인 명소이지요.
이곳에는 왕희지(王羲芝)와 안진경(顔眞卿) 등을 비롯한
역대 유명 서예가들의 진품 글씨와 그림이 돌에 새겨져 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 비림 앞에는 울긋불긋한 중국적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는 상가 골목입니다.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루어서 더욱 강렬한 빛깔로 가슴에 다가옵니다.
이런 골목을 어슬렁거리니 마치 타임머쉰을 타고 청나라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비림 정문 앞에 있는 골동품 가게입니다.
고전적 무드를 잘 살려놓은 멋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진시황의 지하무덤에서 출토된 병마용의 이미테이션을 현관 양켠에 세워놓았습니다.
비림의 담장에 장식된 '공묘(孔廟)'란 두 글자입니다.
중국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공자의 사당이 이곳 비림에도 세워져 있습니다.
비림의 담장과 연두빛 자전거의 대조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비림 주변에는 고전적 문물을 판매하는 골동거리가 제법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서안 시민들은 '꾸원화제(古文化街)'라고 부릅니다.
눈이 많이 내린 탓인지 관광객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상인들도 아직 제대로 된 채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켠으로 보이는 건물의 분위기가 청나라 때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비림에 보존된 금석문의 탁본을 팔고 있는 노인입니다.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끼고 무료한 시간에 조간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탁본들의 모습이 정갈하게 보입니다.
서안에 가시면 저 탁본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해 와서
족자나 액자를 만들면 참 보기 좋을 것입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혹시 '훈(塤)'이라는 악기를 아십니까?
도자기로 구워서 만든 훈을 젊은 노점 상인이 불고 있습니다.
비림의 골동 거리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그 소리가 어찌 그리도 슬프고 처량하던지요.
훈은 오카리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카리나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크로드의 고대 왕국이었던 쿠차(庫車)에서 이 악기는 많이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국악 중 종묘제례악에서도 훈을 사용하지요.
멋진 글씨 종류만 액자로 만들어 팔고 있는 꾸원화제 입구의 한 상점입니다.
간판과 상점의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주변 장식이 너무나 고풍하고 멋스럽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하는 중국인들의 감성이 놀랍습니다.
비림 부근의 골동거리를 모두 둘러보고 마침내 맞은 편 입구 쪽으로 나왔습니다.
우람한 서안 성문이 바라다보이는 골동거리 입구에 세워진 문루(門樓)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서안의 장락공원에서 출발하여
흥경궁과 비림, 골동거리, 서안의 중심가 등지를 두루 둘러보았습니다.
오늘, 눈 내리는 서안 거리를 저와 함께 여행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일반 패키지로 둘러보는 여행은 항상 단조롭고 싱거운 기분이 들지요.
하지만 자전거로 직접 페달을 밟아서 소문난 명소를 낱낱이 찾아보는 여행은
그 느낌과 경험의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자, 이제 다음 속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중국의 고도 서안(西安)을 다녀왔습니다.
항상 외국을 갈 때면 반드시 챙겨가는 필수 휴대품이 있답니다.
무엇이냐구요?
바로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자전거이지요.
짐을 꾸릴 때 자전거는 마치 칭얼대는 아이처럼 속히 자신을 꾸려달라고 보챕니다.
중국의 동방항공 소속 비행기가 서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창밖은 온통 눈 천지였습니다.
걱정이 더럭 앞섰어요.
저 눈길을 어떻게 자전거로 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마음을 굳고 단단하게 먹으며 아랫배에 힘을 넣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자!
중국사람들처럼 느릿느릿 어슬렁거리며 타면 될 것이 아닌가?
이렇게 결심을 하니 다소 마음이 진정되었습니다.
드디어 다음날 아침,
밤사이 눈이 더욱 많이 내렸나 봅니다.
서안시 흥경로에 위치한 해경주점(海景酒店) 정문 앞을 나섰습니다.
중국에서는 호텔을 빈관(賓館), 또는 주점(酒店)이라고 하지요. 술집이 아니랍니다.
길은 온통 다져진 눈으로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걷는 행인들과 여기저기서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오늘의 코스는 크고 넓은 서안 시내를 두루 일주하는 경험입니다.
뜻밖에 눈을 만나 위험부담은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치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안은 고대 중국의 한나라, 진나라, 당나라 때의 수도로서 장안(長安)이란 이름을 가졌었지요.
많은 유적지와 발굴된 출토유물들을 볼 수 있는 수천년 역사가 서린 고도입니다.
그 옛날 인도, 혹은 로마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나던 구법승이나 대상들이
짐을 꾸려서 출발하는 실크로드의 기점이기도 하지요.
호텔을 출발하여 산탑로(傘塔路)를 지나 장락공원(長樂公園)으로 갑니다.
이곳은 진나라 양왕(襄王)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공원 입구에는 태극권에 열중하는 서안의 아줌마들이 보입니다.
장락공원으로 들어서니 온통 눈천지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서안시민들은 관우상 앞으로 찾아와 소원을 빌고갑니다.
죽음으로 의리를 지켰던 관공(關公)은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한 존경심으로 살아있는 영웅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봅니다.
이른 아침이라 시장을 보러나온 서안 시민들로 붐빕니다.
빵과 과일, 야채, 고기, 양념 등속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초만원입니다.
어느 나라건 역시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활기로 넘칩니다.
이젠 호조로(互助路)를 달려서 흥경궁(興景宮)을 향해 가는 차례입니다.
중국의 대도시 도로들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중앙에 있고,
그 양편으로 오토바이와 택시, 노선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습니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니게 되어있는데, 대부분 노선버스가 다니는 길로 다닙니다.
나도 그 길을 따라서 달립니다.
평소 같으면 더욱 복잡했을 터이나 오늘따라 눈이 내려서 통행 차량이 몹시 줄었습니다.
눈쌓인 도로변에서 한 커트 찰칵!
커다란 서안 지도를 구입하여 오늘 다닐 곳을 미리 형광펜으로 표시해두었지요.
그 점과 점을 이어서 서안시내를 일주하는 투어 코스의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서안 시내는 바둑판처럼 도시계획이 잘 되어 있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미심쩍으면 곧 지도를 꺼내어서 도로 표지판과 대조해봅니다.
쉽게 흥경궁을 찾았습니다.
이 흥경궁은 양귀비가 당 현종과 함께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궁궐터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당 현종은 자기 아들의 약혼녀를 가로채서 애인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모순과 부조리를 안고 비극적 종말을 향하여 출발했던 것입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나이 차이가 무려 몇 십년이었던가요?
눈 내리는 흥경궁 앞에서 뒤돌아서면 바라다보이는 대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현대 중국의 정치가인 장쩌민(江澤民)이 졸업한 교통대학입니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학이라고 하는군요.
서안은 대학의 도시이기도 해서 크고 작은 대학이 무려 43개 가량이나 있다고 합니다.
흥경궁을 뒤로 하고 다시 눈길을 달려 함녕서로(咸寧西路)를 한참 달려가면
드디어 서안의 명물인 유명한 성벽이 보입니다.
이 성은 명나라 때에 축조한 것입니다.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적지입니다.
눈 내리는 날에 바라보는 서안성의 모습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서 성문을 자세히 한번 보실까요?
전통과 현대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 서안의 특징이랍니다.
이 성문으로 자동차와 마차, 행인들이 분주히 드나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바쁜 일상을 보내며 이 성문을 드나들었을까요?
달릴 때는 몸이 달아올라 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사진을 찍느라 잠시 머뭇거리니 서안의 냉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날 서안의 기온은 영하 7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훨씬 밑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몸이 추위를 느끼니 자꾸만 소변이 마려워집니다.^^
하지만 도심지에서 마음 편하게 근심을 해결할 해우소(解憂所)가 그리 마땅치 않습니다.
다니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군데 군데 공중변소의 표지가 있었는데,
모두 입구에서 사용료를 받는 노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요금은 불과 오각(五角).
그런데도 노회한 중국인 할머니는 외국인에게 무려 십위엔이나 받아챙깁니다.
잔돈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후회가 앞섭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지요.
다만 나무부스러기로 화톳불을 지피는 옆에 앉아서
중국 노인들과 무언의 미소를 주고 받습니다.
서안 시내의 중심가입니다.
뚱따제(東大街)라 부르는 곳이지요.
길 건너편으로 부식을 팔고 있는 재래시장 입구가 보입니다.
한낮이 되니 차도에는 눈이 녹아서 질척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얼어붙기도 합니다.
헬멧에 라이딩 복장의 차림새가 이상하게 보였던지
행인들이 고개를 젖히고 나를 뚫어져라 봅니다.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
길거리 만두가게 앞에는 만두 사려는 사람들로 바글거립니다.
만두를 빠오즈(包子)라고 하지요.
오징어튀김을 판매하는 곳도 그 옆으로 보입니다.
중심가에는 자동차와 행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역시 중국다운 느낌이 물씬납니다.
다시 중심가의 또다른 풍경을 하나 더 보실까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습니다.
연인들은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젊은이는 어른들을 부축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갑니다.
어린 학생들은 깔깔거리며 느긋한 시간을 즐깁니다.
이제 호젓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성문 가까이로 다가가 오른편으로 꺾어들면 그곳이 바로 비림(碑林) 입구입니다.
수천 개의 비석들이 한 곳에 보존된 서안의 대표적인 명소이지요.
이곳에는 왕희지(王羲芝)와 안진경(顔眞卿) 등을 비롯한
역대 유명 서예가들의 진품 글씨와 그림이 돌에 새겨져 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 비림 앞에는 울긋불긋한 중국적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는 상가 골목입니다.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루어서 더욱 강렬한 빛깔로 가슴에 다가옵니다.
이런 골목을 어슬렁거리니 마치 타임머쉰을 타고 청나라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비림 정문 앞에 있는 골동품 가게입니다.
고전적 무드를 잘 살려놓은 멋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진시황의 지하무덤에서 출토된 병마용의 이미테이션을 현관 양켠에 세워놓았습니다.
비림의 담장에 장식된 '공묘(孔廟)'란 두 글자입니다.
중국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공자의 사당이 이곳 비림에도 세워져 있습니다.
비림의 담장과 연두빛 자전거의 대조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비림 주변에는 고전적 문물을 판매하는 골동거리가 제법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서안 시민들은 '꾸원화제(古文化街)'라고 부릅니다.
눈이 많이 내린 탓인지 관광객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상인들도 아직 제대로 된 채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켠으로 보이는 건물의 분위기가 청나라 때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비림에 보존된 금석문의 탁본을 팔고 있는 노인입니다.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끼고 무료한 시간에 조간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탁본들의 모습이 정갈하게 보입니다.
서안에 가시면 저 탁본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해 와서
족자나 액자를 만들면 참 보기 좋을 것입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혹시 '훈(塤)'이라는 악기를 아십니까?
도자기로 구워서 만든 훈을 젊은 노점 상인이 불고 있습니다.
비림의 골동 거리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그 소리가 어찌 그리도 슬프고 처량하던지요.
훈은 오카리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카리나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크로드의 고대 왕국이었던 쿠차(庫車)에서 이 악기는 많이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국악 중 종묘제례악에서도 훈을 사용하지요.
멋진 글씨 종류만 액자로 만들어 팔고 있는 꾸원화제 입구의 한 상점입니다.
간판과 상점의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주변 장식이 너무나 고풍하고 멋스럽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하는 중국인들의 감성이 놀랍습니다.
비림 부근의 골동거리를 모두 둘러보고 마침내 맞은 편 입구 쪽으로 나왔습니다.
우람한 서안 성문이 바라다보이는 골동거리 입구에 세워진 문루(門樓)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서안의 장락공원에서 출발하여
흥경궁과 비림, 골동거리, 서안의 중심가 등지를 두루 둘러보았습니다.
오늘, 눈 내리는 서안 거리를 저와 함께 여행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일반 패키지로 둘러보는 여행은 항상 단조롭고 싱거운 기분이 들지요.
하지만 자전거로 직접 페달을 밟아서 소문난 명소를 낱낱이 찾아보는 여행은
그 느낌과 경험의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자, 이제 다음 속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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