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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 탐험기 9 -- 경기도 남양주시 백봉 (나를 백뽕이라 불러다오~)

onbike2003.09.02 09:24조회 수 377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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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2001년 8월 16일 태양이 머리통을 부숴버릴 듯 내리쬐는 날 왕창님 디지카님 온바이크 세사람이 함께 백봉 탐험에 나선다.

첨부한 지도에서 (1) - (2) - (3) - (4) - (5) - (6) - (7) - (8) - (3) - (2) - (1) 이 오늘 탐험할 코스. 오늘의 투어는 멋지게도 출발할때 계획한 코스대로 다 돌아본 최초의 투어였다.

 

 

 

풍덕천 사거리 - (1)

풍덕천 사거리에서 만난 세사람, 왕창님 차에 모두 옮겨타고 눌루랄라 장도에 오른다. "이렇게 세사람이 함께한게 도대체 얼마만입니까?"너스레를 떠는 온바이크에게 왕창님 짧게 응수하신다. "첨이야".

46번 국도를 따라 춘천방향으로 신나게 달린다. 늦휴가를 떠나는 차량들이 평일인데도 만만치 않다. 마치터널을 10여킬로 남겨논 지점에 차를 주차시키고 잔차로 이동한다. 온로드 이동의 고통이 몸 구석구석에 전해질 쯤 마치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서울리조트 입구로 들어가는 큰 길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면 서울리조트 입구 도로와 46번 국도 사이에 왕복 2차선의 구도로가 나있다. 마치터널 개통 이전에 이용되던 도로인 듯 하다. 그 도로를 따라 땀을 박박 흘리며 5분 정도 올라가면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된다. 여기가 마치고개 정상이자 고행길의 시발점이다. 오른쪽으로 백봉으로 올라가는 분명한 등산로가 나있다.   

 

 

 


 

 

(1) - (2)

가파르지만 타고갈 만한 업힐, 타고갈 수 없는 업힐, 평지, 짧은 다운힐, 다시 할딱거리는 긴 업힐, 내려서 끌어야하는 긴 업힐, 평지, 코딱지 만한 다운힐, 다시 내려서 끌어야 하는 긴 업힐... 정신없이 반복하다 "애라, 좀 쉬자". 벤치에 앉아서 10초 정도 있었을까? 싸이렌 소리와 함께 왕창님 허벅지에서 선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산악 라이더들 보다 더 지독한 산악모기들! 이름하야 깔따구들! 모기떼들의 인정사정 없는 공습을 피해서 정신없이 도망치면서 또 업업... 마치 랩터들의 습격을 피해 달아나는 쥐라기 공원 관람객들 처럼 오르막을 허부적대구 달음질치다보면 어느새 눈앞이 탁 트이면서 서울 리조트의 슬로프가 한눈에 다 내려다 보이는 너럭바위위에 도달하게 된다. 장담컨대 이 업힐의 일등공신은  단연코 깔따구들이다.  

그런데 너럭바위위에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망연자실한다.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도저히 잔차로 오를 수 없어보인다. 가뜩에나 가파른 봉우리가 슬로프 만든답시고 반이 뚝 잘려나가있다. 그렇다고 슬로프를 가로질러 맞은편 능선으로 붙자니 잡초가 키높이 까지 자란 슬로프를 가로지르는 것도 문제거니와 너럭바위에서 슬로프까지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인지라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시 하산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라에 명민하신(!) 왕창님께서 길을 발견하신다! 너럭바위 아래에 좁은 등산로가 나있어 계속 따라가 봤더니 슬로프 한가운데 쯤에서 좌측으로 꺾이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분명 눈앞에 보이는 반쪽이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임에 틀림 없다!

 

 

 


 

 

(2) - (3)

반쪽이 봉우리 아래를 돌아 백봉정상으로 가는 주능선에 다시 진입하기가 아주 험난하다. (2)지점 상세도에서 보듯이 너럭바위에서 내려서서 슬로프 정상 절벽위로 난 길을 10미터 정도 전진하면 왼쪽 아래로 리본이 매진 등산로가 이어진다.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면 경사 60도 정도의 비탈 사면에 너비 30센티 정도의 좁은 길이 붙어있다. 평지의 길이지만 워낙 비탈진 사면인데다 좁고 돌뿌리와 나무뿌리가 군데군데 돌출돼있어 타고가기가 어렵다. 한 100여미터 전진하면 반쪽이 봉우리에서 벋어나온 지능선으로 올라붙게 돼있다. 막판에 가파른 경사를 잔차를 들쳐메고 한 서너 발짝 기어오르면 지능선에 닫는다. 숨돌릴 틈도 없이 길은 오른쪽으로 꺾여 가파른 오르막을 이루면서 계속된다. 나무뿌리와 바위 끝머리가 질펀하게 널려있는 급경사의 길을 끙끙대고 오르면 곧 좌우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난다. 우측을 버리고 좌측길로 접어든다. 가파른 사면에 난 길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군데군데 타고갈 수 있다. 사면을 다 돌아나오면 왼쪽으로 가파른 2미터 정도의 비탈이 나오고 거기를 오르면 이제부턴 평탄하고 이쁜 싱글이 백봉 정상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3) - (4)

백봉이 주는 첫 번째 선물이다. 백봉 정상은 잔차를 타고 그냥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싱겁게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아담한 공터가 있고 잠자리가 날고 작렬하던 태양도 잠시 누그러진 듯 하다. 왼쪽 바로 아래엔 넓은 헬기장이 있고 그 너머로는 양평 근처의 준봉들이 장엄한 태를 뽐내면서 누워있다.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곧바로 꼬꾸라지게 만드는 다른 산들과는 달리 백봉은 내려가는 길도 점잔타. 아주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경사가 한참을 계속된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휘몰아쳐대는 다운힐! 세사람은 능선의 경사와 중력에 몸을 맡기고 소리지르지 않는다. 환호하기엔 이 자유의 선물이 너무 귀하다. 한시간 반 남짓한 지옥의 노동 후에 주어진 이 황홀경이 혹 환호에 묻혀 날아가버리기라도 할쎄라 세사람 모두 숨을 죽이며, 백봉 능선 다운힐의 환희를 속으로 속으로만 삭였다.

 

 

 


 

 

(4) - (5) - (6)

능선안부인 (4)지점에 도달하면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지금 온것과 같은 전형적 능선 싱글인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난 길은 너무 넓고 분명하고 잘 정비돼있어 거의 임도를 방불케한다. 왼쪽으로 난 길은 잡풀들사이에 뒤덮여 바퀴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만이 풀섭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 이길로 접어든다. 이번에는 완경사 내리막이지만 군데군데 계곡물을 건너고 커다란 바위가 만들어낸 둔턱도 넘으면서 내려간다. 경사가 완만하여 속도도 꽤 나온다. 깊이 파이고 고르지 못한 노면이 무서운 속도로 내리지르는 타이어 밑에 조용히 누워버린다. 때가 가을이라면 오후의 햇살을 받아 그 찬란한 황금빛으로 지나는 사람의 넋을 빼앗아버리기에 충분할 '글래머'표 갈대밭을 통과한다. 비록 지금은 초록의 갈대잎과 잡풀들이 한데 어우러져 잔차쟁이의 길을 막고있는 볼품없는 풀밭에 불과하지만... (5)번 지점에 내려서면 임도를 만난다. 길이 세갈래로 갈리는데 내리막은 가운뎃길 뿐이다. 왼쪽에 계곡을 끼고 가운데 임도를 따라 미친 듯 내려밟는다. 디지카님 말대로 온세상이 눈앞에서 뒤죽박죽 쿵쾅거린다. 한 5분여 내리달리고나면 엄청난 계곡물소리로 시끌벅적한 (6)번 삼거리에 도달한다. 요기까지가 백봉 정상 업힐의 보상으로 얻은 선물의 끝이다.   

 

 

 


 

 

(6) - (7) - (8)

(6)-(7)은 흔한 재미없는 임도 업힐이다. 경사는 급하지 않지만 노면이 꽤 거칠다. 중간에 갈림길도 하나 나오지만 무조건 직진한다. 20여분 정도를 비지땀을 흘리고 오르면 소나무 군락지대가 펼쳐지면서 모퉁이를 하나 더 돌면 오른쪽에 색색의 리본과 함께 오디켐프에서 붙여놓은 백봉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7)지점이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찬타. 입구에는 분명하게 길이 나 있지만 숲속으로 들어서보면 여기저기 벌복을 해놔서 어디가 길인지 헷갈린다. 그렇지만 잘 보면 길은 보인다. 물론 잔차는 끈다. 조금만 더 지나니 백봉 구간 중에서 가장 경사가 심할 듯 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갈수록 더 가팔라진다. 거리상으론 1킬로가 한참 안되는 길이지만 그 경사 때문에 사람을 반쯤 죽여놓는다. 그 죽을 힘을 다하면서 온바이크를 지탱시켜주었던 생각은 "연인산보담은 낫네" 그거였다. 모기들의 앵앵거리는 소리를 귓등으로 쫓으면서 그렇게 사투를 벌인 끝에 (8)번 능선안부 지점에 도달한다. 삼거리다. 전날 읽었던 산행기에 따르면 오른쪽으로 가면 묘적사 해우소 뒤로 나온단다. 알바 아니고, 우리는 다시 백봉 정상을 향해 좌회전한다. 왜? 백봉 정상이 줄 두 번째 선물이 궁금해서다.  

 

 

 


 

 

(8) - (3)

이제부턴 본격적 능선길이라 (7) - (8)구간의 길보담은 많이 유순해진다. 그러나 완만하지만 길이가 긴 오르막길 -- 사람 잡는 길의 전형이다. 완만한 경사 덕에 몸안에 남은 힘들을 죄다 모아 패달질할 용기를 내보지만 이내 오르막의 길이에 지쳐 나가떨어져버린다. 밉다고 노면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푹신푹신한 옥토(?)로 되어있다. 뒷바퀴를 물귀신 처럼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중간중간 평지나 다운힐 구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완만한 골고다(?) 언덕이다. 땅만 보고 숨을 고르면서 오른다. 한참을 '이제 끝이기를 이제 끝이기를' 허황된 소망을 빌어본 후에야 잡풀더미 속에 탈만한 길이 나타나고 조금만 타고 오르면 아까 보았던 그 헬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장 바로 위 정상에 쓰러져 눕는다. 모기들한테 사지를 다 내주고 한참을 죽은 듯 널부러져있다.    

 

 

 


 

 

(3) - (2)

위에 (2) - (3)구간에 대한 설명을 참고하라. 그 길을 거꾸로 내려갔다. 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온바이크, 360도 전방구르기 한차례(덕분에 봉화산에서 얻은 허벅지 피멍자국에다 프레임 탑튜브로 한번 더 얻어맞음. 자지러짐). 디지카님 잔차와 이별하고 길 옆 나무에 대롱대롱. 잔차는 8미터 아래 절벽 소나무에 대롱대롱...

 

 

 


 

 

(2) - (1)

백봉의 이별 선물. 이별 선물 치곤 너무도 발랄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경쾌하여 불원간 백봉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선물이다. 평균경사 30도. 그러나 못타고 내려갈 구간은 하나도 없다. 이미 진이 빠지고 한차례의 전방회전 묘기로 담력을 상실한 온바이크만 두 번 앞으로 꼬꾸라졌을 뿐이다. 디지카님이나 왕창님 모두 자신을 이런 곳으로 데려다준 온바이크에게 말로 다 못할 감사의 염을 간직한 채 신나게 내리쏘셨다. (3) - (4) 구간의 다운힐이 점잖고 은근한 멋을 간직한 구간이라면 (2) - (1) 구간은 되바라졌다. 온갖 발랄함과 난폭함에 가까운 경쾌함으로 잔차꾼을 즐겁게해준다.

 

 

 


 

 

(1)번 지점으로 되돌아온 일행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 차있는 곳까지 가려면 여전히 서슬이 퍼런 태양빛을 받으며 10킬로 정도를 온로드로 더 이동해야지만 일행의 얼굴엔 세상의 모든 희열을 다 맛보고 난 것 같은 복잡 미묘한 미소가 가실 줄 몰랐다. 곤죽이 된 몸을 이끌고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짜릿한 경사와 속도, 팔다리로 전해지던 길의 거친 질감만이 몽롱해진 뇌리속을 모기소리마냥 떠나지 않을 뿐이다....


백봉, 저는 백뽕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백개의 뽕과 같은 마력으로 잔차꾼들을 끌어당기는 산이란 의미루다...^^ 온바이크의 퇴폐적 역마살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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