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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아빠 유럽 방랑기(23) - 죽다가 살아난 죽음의 Susten Pass

훈이아빠2005.12.05 12:51조회 수 742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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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마지막 아침이다.

트레비 분수에 일단 동전을 던졌으니

다시 한 번 더 온다 보고^^

아쉬움을 접고 다른 동네로 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로마가 제일 좋았다고 생각한다.

위치우이가 한 로마가 오리지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중국인의 과장된 글풍만 아니었다면 상당히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글 솜씨야 이 양반에 비해 새발의 피지만...

야가 뭔말하노? 싶은 분은

유럽문화기행을 사서 읽어보시라

티베레 캠핑장에서 텐트를 걷고 차량 청소를 해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청소였는데

로마는 워낙에 먼지가 많아서 차가 뽀얗게 변해 있었다.

도저히 더럽고 민망해서 청소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차량을 씻는 사람이 많은 듯

고압호스가 달린 차량세차공간이 따로 있었다.

차를 씻고 피사를 향해 달렸다.

오늘은 피사에서 묵고 내일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의 인터라켄까지 논스톱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피사까지 가는 길은 차량이 많지 않아

운전하기가 좋은 편이었다.

룰루루~~ 노래를 부르며

피사를 찾아 들어간다.

얼마 후 피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보이고

시골길로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어기 멀리 삐딱하게 고개를 내민

피사의 그 유명한 사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캠핑장을 찾아야 하는데

피사엔 유일하게 캠핑장이 하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주변의 동네 길거리에 차를 대놓고 피사의 사탑부터

둘러보았다.

우리는 후문쪽으로 진입했는데 사람이 왠지 적드라.

사탑 앞에서는 사람들이 오만가지 폼으로 사진을 찍는데

누워서 발로 받치는 인간, 옆차기로 미는 인간,

손으로, 궁둥이로, 하여튼 취할 수 있는 오만가지

창의적인 자세로 피사의 사탑을 밀거나 떠받들고 있더라 ^^














피사의 사탑을 돌아보고 캠핑장을 찾아 나서는데

텐트를 칠만한 적당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답답한...

캠핑장을 나왔다.

무조건 제노바 방향으로 향하기로 했다.

피사에서는 바다를 끼고 계속 제노바 방향으로 달린다.

그곳에 휴양지가 많지 않을까?

다이바 마리나라는 곳을 점 찍었다.

피사를 벗어나 바다를 끼고 달리는 고속도로는

완전히 고가도로 수준이었다.

몇시간을 달려서 해가 지기 얼마전에

다이바 마리나에 도착을 했으나

여기도 완전 풀이다.

리셉션의 설명을 들으니

3일간 이탈리아의 연휴인데 사람들이 그래서 많다는 것이다.

내일까지는 구하기 힘들거라면서... 어디를 가도...

나의 난감한 표정을 보더니 여러 곳에 전화를 하더니

빈 곳을 알아봐준다.

역쉬 이탈리아인은 말 안해도 알아서 친절해줘서 고맙다.

딱 텐트 사이트 한 곳이 남아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주인 아줌마는 영어 노, 우리는 이탈리아어 노

손짓 발짓으로도 우리는 무사히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시골아주머니 같은 생글생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

이럴 때는 기념사진 한 장 같이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무사히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스위스로 향한다.

정말 스위스로 향하던 그 길은

지금도 생각하면 공황상태에 빠지는 느낌이 들만큼

무서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내용인즉슨...

내가 죽을뻔 한 것은 유럽여행에서 딱 두 번이다.

스위스와 피레네 산맥아래의 미스트랄~~

그러면 첫번째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밀라노를 지나서 스위스로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검문소에서 스티커 확인을 한다.

유학생부부에게서 받은 스티커를 붙인 우리차는 무사통과

루체른을 향해서 가다가 2800미터 정도의 패스를 넘어갈 참이다.

스위스로 들어서서 산을 몇개 지나가니 비가 쏟아진다.

지금처럼 찔끔찔끔 내리는 비가 아니라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 와이퍼를 가장 빠른 속도로

돌려야 할 정도였다.

패스로 들어가는 입구에 오픈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는 눈이 오면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기상표시에 비, 상태는 오픈이라고 되어 있었기에

그냥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빗방울이 더욱더 굵어지더니 이내 진눈깨비로 변한다.




조금을 더 올라서니 눈발이 많아지고

(이 때만 해도 신났다. 한 여름에 눈이라...

이렇게 눈만 내리고 도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더니 차량 밖의 온도를 가리키는 미터가

순식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 2도에서 고정되어 버렸다.

조금을 더 올라가니 이제 폭설로 변했다.



이 사진 바로 5분 안에 찾아오는 상황이다.

저 앞산을 보라 눈이 하얗게 새로 쌓이고 있다.

순신각에 눈이 몇센티미터가 쌓여 버리고

우리 차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간신히 도로 주차하는 부분에서 차를 돌렸지만

내려가는데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차량 우측은 천길의 낭떠러지...

머리가 쭈뼛하고 아이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부산에 살기 때문에 눈길에서 한 번도 운전을 못해본

나는 이곳에서 구조를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간간히 보이던 차들도 이제 오지 않는다. 맙소사.

입구를 차단한 모양인가?

일단 구조대 전화가 있다는 표시를 보고

반바지에 슬리퍼(우리는 이탈리아에서 왔었다) 차림으로

내리는 눈발을 고스란히 맞으면서(추운줄도 모르겠더라)

윗쪽으로 달려갔다.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했다.

구조대 전화번호 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

자신도 오스트리아에서 왔기 때문에

구조대 번호를 모른단다... 오 마이갓!!

그렇게 당황하고 공포에 젖은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

차가 한 대 올라온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차를 세우는데

남편이 일본인인 스위스 여자였다.

일단 당황하지 말도록 안심을 시킨 후

자신의 차로 태우더니 따뜻한 물부터 한 잔...

한국에서 왔으면 부산에서 왔냐고 묻는다.

오잉? 어떻게 알았지?

자기 친구가 부산에 사는데 거기는 눈이 안오는

곳으로 알고 있다면서

도와주겠단다.

아이들이 있냐고 묻더니 애들 안심시키기 위한

과자를 챙겨서 우리 차로 와주었다.

그 침착성과 선함이라니~~!!

3-400미터 가량을 직접 운전해서

우리를 안전한 지대에 내려주었다.

그러고는 그 눈길을 걸어서 올라간다.

눈이 정말 하얗게 덮여 있는 그 길을

차로 넘어갔는데 안전하게 갔는지 모르겠다.

내려와서 아까의 표지판을 보니

표시는 눈길에 미끄럽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만약 10분만 더 늦게 왔으면 그리로 향하지 않았을텐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넘어가려고 한 그 패스가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인터라켄에서 들었다.

한 해에도 몇명씩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는...

중간중간에 꽂혀 있는 꽃들은 바로 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 십년 감수했다.

미끄러지는 차량,,, 그리고 그 아래 까마득히 펼쳐진

낭떠러지

차가 미끄러져 거의 낭떠러지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본

막내아들은 놀래서인지 그 날 저녁 많이 아팠다.

열이 나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루체른으로 향하다 1100미터의 패스를 넘어서

인터라켄에 도착을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인터넷으로 예약한

캠핑장은 인원이 풀이라서 취소되었단다.

(내가 늦은 탓이 크리라)

젠장...

인터라켄 동역 뒤로 넘어가니 캠핑장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의 케빈을 빌렸다.

케빈을 빌려서 짐을 풀고 히터를 켜니

정말 아늑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마음을 추스릴 즈음

동양 아가씨 둘이 나를 부른다.

리셉션에 아무도 없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는데

낸들 아나?

일단 조금 기다리라고 하니

야들이 또 근처에 식당을 물어본다.

시내 가는 길을 알기야 알지만 워낙에 길이 어둡고 거시기한데...

아까의 목숨을 도운 스위스 아낙이 생각나서

선뜻 그들을 내 차에 태우고 아내가 운전해서

시내에 슈퍼마켓과 맥도널드로 데려다 주었다.

홍콩에서 온 아가씨들이었는데

오늘의 신세를 1퍼센트라도 대신 갚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감격을 하는데

뭐... 내가 받은 친절에 비하면 새발의 피 아니겠는가?

휘유...

무서움도 잠시

우리는 내일 자전거 하이킹을 준비하면서

다시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머리가 나쁜 것인지 정신이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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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기념으로 거하게 쏘십시오~~
  • 사람에게 있어서 나누어줌은 그본인에게 행복한 일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눈길은 단디 운전해도,, 안돼던데,, 다행입니다^^
  • 다 읽지 못하고 일단 리플부터 남김니다....일하고 새벽에 다시 읽어봐야지~^(^*
  • JCA
    2005.12.5 18:23 댓글추천 0비추천 0
    함 읽어 볼라카이 태클이... 디비접속에러.. 인자 다보고 갑니더...
    새로운? 인생 멋지게~~ 훈이아빠님 화이팅!!!!
  • 휴우~ 제가 다 간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십니다^^ 오늘 글은 약간 체감온도를 더욱 낮추는거 같습니다^^ 오늘도 역시 잘 읽었습니다^^
  • 언제나 멋진 여행기... 저도 떠나보고 싶습니다.
  • ^^*ㅎㅎ 훈이아빠님 하마트면 오장터,자갈치 못나오실뻔 하셨었군요...뒤늦게나마 가족과함께 무사귀환을 추카드립니다!!~~~새로운인생 쟌차질열심히 하시길!!~~~ㅋㅋ
  • 알프스엔 여름에도 체인이 필수군요...
  • 빨리 정리해서 시대로 꾸버 주세요.
    유럽교본으로 만들어서 소장하고 싶습니다.
  • 여름체인...필수....좋은글 감사합니다...
  • 친절에 크기가 따로 있겠습니까 작은 친절, 큰 친절 ....도움받는 당사자에겐 똑같은 비중이겠죠~ 아 ~ 홍콩아가씨들...
  • 이얘기가 전에 죽다살난 그 얘기군요.. 우... 아찔하네요..
    그 일본인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그 눈길을 걸어서 다시 올라가고... 이탈리아인도 친절한 분이 많은 걸 보면 아직 세상엔 좋은 사람이 더 많나 봅니다 ㅎㅎ
  • 와 5분만에 눈이 다 쌓여버리는 그런곳이 있었군요 ... 좋은구경했겠습니다. 나도 그 위험하지만 그곳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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